꽃이야기

야생화계의 BTS, 금강초롱꽃 ^^

우면산 2020. 9. 1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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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드디어 금강초롱꽃을 소개합니다. ^^ 얼마전 아름다운 우리 야생화 10선을 뽑는다면 꼭 넣어야할 꽃으로 금꿩의다리를 꼽았는데(금꿩의다리, 미스코리아 나가면 본선은 거뜬 ^^), 오늘 소개할 금강초롱꽃도 당연히 들어갈 꽃입니다. 금강초롱꽃은 야생화계의 방탄소년단(BTS)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가 아닌 꽃이기 때문입니다. ^^

 

금강초롱꽃은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의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는 우리나라 특산 식물입니다. 초롱꽃과 비슷한 형태이고 금강산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금강초롱꽃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높은 산 중에서도 꼭대기 부근에서만 자라서 ‘알현’하려면 땀 좀 흘려야하는 꽃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수긍하겠지만, 색이면 색, 모양이면 모양 모두 환상적일만큼 아름다워 땀 흘린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꽃입니다. ^^

 

금강초롱꽃. 화악산 버전이다.

 

꽃쟁이들 사이에서는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화천군 사이에 있는 화악산의 금강초롱꽃을 국내 제일로 칩니다. 화악산 금강초롱꽃이 ‘미스 금강초롱꽃’인 셈이지요. 화악산 금강초롱꽃이 색도 가장 선명하고 곱다는 평을 듣습니다. 그래서 야생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1~2년에 한 번씩 금강초롱꽃을 보러 화악산에 오릅니다.

 

드물게 꽃색이 하얀 흰금강초롱꽃도 있는데, 이 꽃을 보기위해 초가을 오대산 상원사에서 북대 코스를 땀 흘리며 오른 기억이 있습니다.

 

금강초롱꽃 무리.

 

그런데 금강초롱꽃이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금강초롱꽃의 학명은 ‘Hanabusaya asiatica (Nakai) Nakai’입니다. 학명에서 ‘Hanabusaya’는 일제의 초대 조선 공사 이름에서 온 것입니다. 이 꽃의 학명을 등록한 나카이라는 학자가 한반도 식물을 조사할 때 연구비와 인력을 지원한 사람입니다. 예쁜 우리 특산식물에 일제 식민지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금강초롱꽃을 하나부사의 한자 이름대로 화방초(花房草)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나카이는 또 금강초롱꽃이 한반도 특산종인데도 종소명을 '아시아(asiatica)'로 정해 아시아 전역에서 자라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ㅠㅠ

 

 

나카이 다케노신(1882~1952)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일한 일본의 식물분류학자였습니다. 그는 동경제대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1909년 스승의 권유로 한반도 식물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카이는 총독부 촉탁연구원으로 1942년까지 17차례에 걸쳐 한반도 곳곳을 답사해 식물들을 채집했는데, 그가 한반도에서 채집한 식물을 집대성해 펴낸 책 『조선삼림식물편』은 한반도 식물 연구의 고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개나리는 물론 할미꽃·벌개미취·개느삼·각시투구꽃 등 한국 특산종에 대거 나카이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흰금강초롱꽃.

 

국내 식물 이름에 남아있는 일제의 흔적은 너무 자존심 상하는 일로, 할 수만 있다면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그러나 학명은 국제적 약속이어서 한번 정해지면 우리가 임의로 바꿀 수 없습니다. 북한도 우리처럼 화가 났는지 금강초롱꽃 속명을 '하나부사야' 대신 '금강사니아(Keumkangsania)'로 바꾸어 사용하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우리 특산 식물을 분류하는 일은 다소 늦어졌더라도 우리 학자들이 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금강초롱꽃을 볼 때마다 우리 꽃에 우리가 어엿한 학명을 붙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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