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요즘 핫한 핑크뮬리, 첨성대-고궁 옆엔 좀...

우면산 2020. 10. 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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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핑크뮬리(pink muhly)’가 화제입니다. 핑크뮬리가 절정인 때인 데다 제주도에서 핑크뮬리를 갈아엎기 시작했다는 뉴스 때문입니다.

 

핑크뮬리는 우리나라에 2014년쯤 제주도에 처음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산지는 주로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조지아 등 북아메리카 동남부 지역이랍니다. 벼과 쥐꼬리새속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일반인에겐 ‘핑크뮬리’라는 이름이 익숙하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은 추천명을 ‘털쥐꼬리새’로 올려놓았습니다.

 

 

그 뒤 순천만국가정원, 첨성대 인근 경주동부사적지대 등에 심은 것이 분홍빛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유명세를 타면서 해당 지역이 사진 촬영 명소로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전국의 생태공원, 식물원, 공원, 지자체 하천부지 등에 심는 곳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서울에서도 상암 하늘공원, 잠원한강공원, 올림픽공원 등에서 핑크뮬리를 볼 수 있습니다.

 

 

낙동강 칠곡보 옆에 심어놓은 핑크뮬리.

 

 

이처럼 식재 면적이 늘어나자, 환경부(국립생태원)는 2019년 생태계 위해성 평가에서 핑크뮬리가 지금은 아니지만 향후 어떤 생태계 위해성을 드러낼지 알 수가 없다며 2급으로 분류하고, 각 지자체에 핑크뮬리 식재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뒤늦게 이 같은 권고를 알고 행정기관에서 심은 핑크뮬리를 모두 제거하기로 한 것입니다. 다만 환경부 방침이 식재 자제 권고인 만큼 민간이나 관광지에 심은 핑크뮬리까지 강제로 제거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꽃이든 줄기든 분홍색인 식물이 드문데 핑크뮬리를 대규모로 심어놓으면 예쁘게 보이기도 하지만 너무 자극적인 색이라 금방 질리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경주시 홈페이지를 보면 “첨성대 일대는 계절감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라며 “봄 유채꽃, 여름 백일홍을 지나 가을은 핑크빛 억새가 유혹한다”라고 써 놓았습니다. 그러면서 “먼발치 첨성대를 배경으로 두고 핑크빛 물결 속의 나를 담는다”고 자못 시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첨성대를 배경으로 한 핑크뮬리 사진. /경주시청 홈페이지

 

 

저는 적어도 첨성대나 고궁 같이 전통적인 건물 주변엔 핑크뮬리를 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핑크뮬리는 너무 색이 튀고 분위기가 이국적인 식물입니다. 핑크뮬리 뒤쪽에 있는 첨성대 사진을 볼 때마다 마치 광화문이나 경복궁이 피튜니아 같은 외래 원예종으로 둘러싸인 것 같은 부조화를 느낍니다. 환경부의 식재 자제 권고도 있으니 경주시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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