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코르크 수피 딱딱하면 굴참나무, 푹신하면 황벽나무

우면산 2020. 10. 2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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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무껍질에 두꺼운 코르크층이 발달한 굴참나무와 황벽나무 이야기입니다. ^^

 

굴참나무는 나무껍질(수피)이 상당히 두꺼워 금방 눈에 띕니다.잎과 열매만 보면 상수리나무와 헷갈리는데 수피까지 보면 바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굴참나무라는 이름은 코르크층이 깊이 파여 골이 졌다고 ‘골참나무’라고 한 것이 변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 코르크층을 벗겨 지붕에 얹은 것이 굴피집입니다. 굴참나무 껍질은 비가 새지 않고 보온성도 좋다고 합니다. 솔방울을 닮은 타원형 열매가 독특한 굴피나무라는 나무가 따로 있는데, 굴피집은 굴피나무와는 관계없습니다.  참고로 소나무 널판으로 지붕을 얹어 지은 집이 너와집입니다.

 

거의 매주 산에 오르는 지인은 “나무 중에서 굴참나무가 가장 좋다”며 “굴참나무 수피 보는 재미로 산에 간다”고 했습니다. “오래된 굴참나무 수피는 굴곡이 있으면서도 품격이 느껴져 마치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굴참나무 수피.

 

황벽나무 수피도 코르크질입니다. 수피만 갖고 굴참나무와 황벽나무를 구별하는 방법은 손으로 눌러봤을 때 딱딱하면 굴참나무, 부드럽고 폭신하게 들어가면 황벽나무입니다. 그래서 황벽나무는 머리를 부딪쳐도 하나도 아프지 않은 나무라고 합니다. ^^

 

황벽나무 수피.

 

굴참나무는 잎이 하나씩 달리지만 황벽나무는 아까시나무 잎처럼 깃꼴겹잎(아래 사진, 작은 잎들이 잎자루 양쪽에 새의 깃 모양으로 배열)이어서 잎이 있으면 둘을 헷갈릴 일은 거의 없습니다. 황벽나무는 속껍질이 노란색인 점도 특징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황벽(黃檗)나무입니다. 하지만 속을 볼 수 없으니 수피가 코르크질로 두껍고 잎이 깃꼴겹잎으로 달렸으면 황벽나무려니 생각하면 맞을 겁니다. 서울 안산 자락길을 걷다보면 잘생긴 황벽나무를 몇 그루 볼 수 있습니다.

 

황벽나무 잎. 아까시나무 잎처럼 깃꼴겹잎이다.

 

우종영은 책 『게으른 산행』에서 “황벽나무에서는 따뜻함이 흐른다”고 했습니다. 황벽나무는 “언뜻 보면 그저 평범한 나무일뿐이지만,황벽나무의 진가는 껴안았을 때, 지친 나그네를 단번에 녹여줄 수 있는 너그러움과 따스함이 온몸을 감쌀 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다음에 황벽나무를 만나면 어떤 느낌인지 꼭 껴안아볼 생각입니다. ^^

 

 

두 나무 외에도 개살구나무, 등칡도 코르크질 수피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개살구나무는 수피를 주목해 본 적이 없고, 등칡도 그동안 꽃과 열매만 열심히 담았는데 다음엔 수피를 유심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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