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주기가 있어서 잘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는 거야. 실수하면 바로 바꿔버리고 그러면 사람이 클 수가 있나. 인간이 일 년에 석 달 꽃피지 못해.”
1995년 전후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한 말을 녹음한 테이프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나온 말 중 “인간이 일 년에 석 달 꽃피지 못해”라는 말에 오래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삼성이 기업 논리가 지배하는 냉혹한 회사인 줄 알았는데, 이만한 여유가 있었다니 제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군요.
무엇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 자신이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렇죠. 사람이 어떻게 일년 내내 긴장한 상태로 지낼 수 있겠습니까. 또 사람이 어떻게 일 년 내내 하는 일마다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슬럼프도 찾아오고 그걸 극복하는 기간도 있는 것이고... 이승엽도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 1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2군을 드나든 시절이 있었습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하죠. 꽃들도 일 년에 석 달 피지 못합니다. ^^ 흔히 배롱나무가 100일동안 꽃 핀다고 합니다. 이름 자체가 100일간 붉은 꽃이 핀다는 뜻의 ‘백일홍(百日紅)나무’에서 유래했고, 그것이 발음을 빨리하면서 배롱나무로 굳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꽃 하나하나가 100일 동안 피어 있지는 않습니다. 작은 꽃들이 연속해 피어나기 때문에 계속 핀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물론 길거리꽃들은 꽃피는 기간이 깁니다. 팬지, 페튜니아, 메리골드, 베고니아, 제라늄 등 대표적인 길거리꽃들의 특징 중 하나는 개화기간이 길다는 것입니다. 페튜니아 같은 경우 개화기가 5∼10월로 길어서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하나하나의 꽃이 그렇게 오래가는 것은 아닙니다.
원추리 같은 경우 하루만 피었다가 시들어버리는데, 이 같은 과정이 여름 내내 반복합니다. 기본적으로 꽃은 생식기관이기 때문에 벌레나 곤충이 와서 수정을 해줄 시기에만 필 필요가 있는 것이지 굳이 오랜 시간 꽃을 피울 이유는 없겠지요. ^^ 이건희 회장 얘기를 하다 너무 옆길로 센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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