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처음 한란의 맑고 그윽한 향기를 맡다 ^^

우면산 2020. 12. 1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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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희미하게 꽃향기가 나는 듯했습니다. 피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둘러 입구에서 체온을 재고 주소와 연락처를 남긴 다음 전시실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난 화분이 있었는데, 처음 보인 화분들에선 꽃대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른쪽으로 돌아 6~7미터쯤 갔을 때 드디어 꽃대가 올라온 난 하나가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맑고 그윽한 향기가 훅 끼쳤습니다. 한란이 확실했습니다. 그 많은 난 중에서 단 하나의 난에서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코를 한란 가까이 대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습니다. 이 향기를 뭐라 표현해야 할까요?세상에 이보다 좋은 향기가 있을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

 

한란. 제주도 한라수목원 난전시실.

 

제주도에 가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코로나 걱정이 가장 앞섰지만 잘하면 한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어디에 가면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시간상 자생지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아 난 전시실이 있는 한라수목원을 생각해 냈습니다. 그런데 기대한대로, 딱 한 송이였지만 한란이 피어 있었습니다. 제주도에 온 목표의 200, 300%를 이룬 것 같아 정말 기뻤습니다. ^^

 

자생지에서 한란을 만나면 더 좋겠지만, 한란을 처음 알현하는 처지에 진짜 알현하고 그 향기를 맡아본 것으로도 대만족입니다. ^^

 


한란은 난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그 자태와 향기가 난초 중에서 단연 으뜸이라고 합니다. 10~12월 추위 속에서 피는 난초라고 한란(寒蘭)이라고 부릅니다. 제주도에서 자라는데,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채취해서 지금은 한라산 남쪽 돈내코 계곡의 자생지에 철책을 쳐서 보호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란.

 

초봄에 피어 춘란(春蘭)’이라고 부르는 보춘화는 꽃이 꽃대에 대개 1개씩 달리고 잎 가장자리에 돌기 같은 톱니가 있습니다. 한란은 한 꽃대에 꽃이 여러 개 달리고 잎 가장자리가 돌기 같은 톱니 없이 밋밋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영전이나 승진을 축하할 때 보내는 난은 대부분 보세(報歲)란으로, 푸젠·광둥성 등 중국 남부와 대만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온 것입니다.

 

보춘화.

 

한란을 보면 옛 선비들이 그린 사군자 속 난이 떠오릅니다. 흥선대원군 등이 그린 난초는 한란에 가장 가까운 것 아닌가 싶습니다. 추사 김정희가 1840년 제주에 유배를 와서 살 때 한란을 기르고 즐겨 그림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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