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한겨울에 핀 별꽃·쇠별꽃

우면산 2020. 12. 28.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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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 오랜만에 서울 우면산 둘레길을 걷다 보니 여기저기 푸릇푸릇한 무리들이 보입니다. 한겨울인데도 어쩌다 작은 하얀 꽃도 피어 있네요. 암술대가 세개인 것을 보니 별꽃입니다. ^^

 


 

푸릇푸릇한 별꽃 무리.

 

지난 연휴 우면산 둘레길에서 본 별꽃. 암술대가 3개다.

 

별꽃은 쇠별꽃과 함께 전국의 집 근처, 산기슭, 길가 등 약간 습한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입니다. 특히 봄이면 전국 어디서나, 도심 한복판에서도 반경 100미터 이내에서 이 꽃을 찾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별꽃이라는 예쁜 이름은 꽃 모양이 작은 별과 같다고 붙인 것입니다. 쇠별꽃에서 ‘쇠’자는 동식물 이름 앞에 붙어 ‘작은’의 뜻을 나타내는 접두어입니다.

 

별꽃·쇠별꽃은 카네이션, 패랭이꽃과 같은 석죽과 식물입니다. 꽃잎이 다섯 장인데, 꽃잎 하나가 깊게 갈라져 두 개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열 장의 꽃잎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쇠별꽃. 암술대가 5개다.

 

별꽃과 쇠별꽃을 구분하는 포인트는 꽃 가운데 있는 암술대 숫자를 보는 것입니다. 별꽃은 암술대가 3개여서 삼발이처럼 보이지만, 쇠별꽃은 암술대가 5개여서 바람개비처럼 보입니다. 꽃들이 너무 작아서 가까이 들여다보아야 암술대가 보입니다.

 

별꽃·쇠별꽃 등을 영어로는 ‘chickweed’라고 부르는데, '병아리풀'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병아리처럼 작고 귀여운 풀이라는 뜻일 수도 있고, 병아리가 모이로 먹는 풀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

 

검붉은 꽃밥이 인상적인 개별꽃도 있는데 산에서 자라고 꽃이 커서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꽃잎이 살짝만 갈라진 점나도나물, 수술에 노란 꽃밥이 있는 벼룩나물, 꽃잎 5장이 전혀 갈라지지 않고 온전한 벼룩이자리 등도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큰)개별꽃.

 

영화로도 만들어져 화제를 모은 박범신 소설 ‘은교’에는 여주인공 은교를 쇠별꽃에 비유한 대목이 나옵니다.

 

<한 소녀가 데크의 의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었다. 소나무 그늘이 소녀의 턱 언저리에 걸려 있었다. 사위는 물속처럼 고요했다. 나는 곤히 잠든 소녀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열대엿 살이나 됐을까. 명털이 뽀시시한 소녀였다. 턱 언저리부터 허리께까지, 하오의 햇빛을 받고 있는 상반신은 하앴다.

쇠별꽃처럼.

고향집 뒤란의 개울가에 무리져 피던 쇠별꽃이 내 머릿속에 두서없이 흘러갔다. 브이라인 반팔 티셔츠가 흰 빛깔이어서 더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쇠별꽃은 흰 꽃과 초록색 잎과 줄기 등이 싱그럽다는 느낌을 주는데 소설 속 은교의 이미지와 잘 맞는 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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