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출근하다 우리 아파트 화단 회양목에 꽃이 핀 것을 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3월이니 필 때가 됐는데 꽃샘추위 직후라 그런지 벌써 피었나 하는 놀라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동영상과 사진을 담아 공유합니다. ^^
사실 회양목 꽃은 꽃이라고 하기엔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꽃은 암수한그루로 3~4월 연한 황색으로 핍니다. 중앙부에 암꽃이 있고 수꽃은 1~4개의 수술이 있습니다. 위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꽃잎은 없습니다. 수술대 길이는 5mm로 흰빛이 살짝 돌고 꽃밥은 노란색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암꽃은 3개의 암술머리가 있는 삼각형의 씨방이 있습니다.
꽃은 이렇게 생겼어도 진한 꿀향을 풍기니 지나가는 길에 회양목이 보이면 꼭 맡아보세요. 신선한 느낌을 주는 향기입니다.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은 한 글에서 회양목 향기에 대해 “그 꽃향기는 눈을 감고 향기를 따라 나무를 찾아갈 만큼 청량하다”며 “이 꽃들을 먼저 알아보고 찾아와 그 꿀에 정신을 못 차리고 윙윙대는 벌들의 날개짓 소리만으로도 봄은 충분히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아까 회양목 꽃에 3개의 암술머리가 있다고 했는데, 나중에 가을에 보면 회양목에 열매마다 부엉이 세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 3개의 암술머리가 각각 하나의 부엉이를 만드는 거죠. 회양목 열매를 살펴보면 아래 사진처럼 부엉이 세 마리가 발을 맞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회양목 열매가 익으면 3갈래로 갈라지면서 씨를 튕겨나가고 껍질만 남는데, 그 모양이 꼭 부엉이 같은 것입니다.
회양목은 도심에선 낮은 생울타리나 경계목 등으로 많이 쓰이는 나무입니다. 사람들이 자꾸 가지치기를 해서 그렇지 원래 5미터까지 자라는 나무랍니다. 가까이는 관악산에 가면 제대로 큰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회양목은 상록 관목이므로 언제나 푸른 잎들을 달고 있지만 겨울에는 다소 붉은빛이 돕니다. 요즘엔 다시 녹색을 회복했습니다.
회양목 이름 유래는 두가지 설이 있습니다. 먼저 원래 나무 속이 노랗다고 황양목(黃楊木)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변해 회양목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북한 강원도 회양(淮陽)에서 많이 자랐기 때문에 회양목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식물 이름 근거는 처음 이름을 붙였을 때 근거를 남겨놓지 않으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ㅠㅠ
회양목은 도장 파는데 많이 써서 도장나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주로 척박한 땅에 자라니 그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목재 조직이 치밀해 도장 파기 같은 섬세한 가공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영어 이름은 ‘Korean box tree’ 또는 ‘Korean boxwood’입니다. 서구에서는 회양목을 상자를 만드는데 쓰는 나무라고 ‘box tree’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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