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겹벚꽃이 만개했다는 글과 사진을 보았다. 출퇴근길 서울 광화문에서도 겹벚꽃나무 하나가 나무 가득 화사하게 연분홍색 꽃을 피운 것을 볼 수 있다.
4월 중순 만개하는 겹벚꽃은 다른 홑꽃 벚나무보다 늦게 피는 특성이 있다. 벚꽃이 열흘도 못 가고 봄비에 사라진 것이 아쉬운 분들, 일에 치어 벚꽃 구경 시기를 놓친 분들은 겹벚꽃을 한번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수도권의 경우 서울 정독도서관과 어린이대공원,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등이 겹벚꽃 명소로 알려져 있다.
전국적으로는 부산 유엔공원, 충남 서산 개심사, 전주 완산공원, 순천 선암사, 경주 불국사 등이 겹벚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다만 올해는 특히 개화 시기가 예년에 비해 빠르거나 늦는 등 뒤죽박죽이니 검색 등으로 언제 피는지 이미 졌는지 꼭 확인해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꽃이 홑꽃으로 피는 종이 많지만 겹으로 피는 것도 있다. 사람이 겹꽃으로 개량한 것도 많다. 이럴때 ‘겹’ 또는 ‘만첩’을 붙여 겹꽃이라는 것을 표현한다. 겹벚꽃 외에도 겹매화, 겹동백, 만첩홍도 등이 그런 예이고 황매화의 겹꽃 형태인 죽단화는 특이하게 별도 이름을 갖고 있다.
요즘 겹동백도 볼 수 있다. 겹동백은 홑동백의 개량종인데, 잎을 포함해 모든 것이 일반 동백과 같은데 꽃만 장미처럼 여러 겹으로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본 겹꽃 중에서 황홀한 기분으로 감상한 것은 서울 남산 안중근기념관 앞에 있는 겹매화였다. 이 매실나무는 용이 엎드린 형상이라고 ‘와룡매’라고 불리는 종인데, 400년 사연이 있다. 이 나무는 일본에서 온 것이다. 원래 창덕궁 선정전 앞에 있었는데, 임진왜란 때 다테 마사무네라는 일본 장수가 전리품으로 뽑아간 나무였다. 1999년 그 후계목인 백매와 홍매 한 그루씩을 400년 만에 일본에서 기증받아 남산에 심은 것이다. 이 매화는 겹꽃이라 그런지 좀 늦게 피지만, 올해는 이미 졌을 것 같다.
초여름에 피는 원예종 왕원추리도 홑꽃과 겹꽃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원래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홑꽃을 홑왕원추리, 겹꽃을 그냥 왕원추리라고 했는데, 얼마전 홑꽃은 그냥 원추리로, 겹꽃만 왕원추리로 바꾸었다.
여름에 피기 시작하는 과꽃은 원래 북한 함경남도에 있는 부전고원과 백두산·만주 일대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다. 자생종 과꽃은 진한 보랏빛이고 홑꽃이라고 한다. 우리가 화단에서 흔히 보는 과꽃은 이 자생종 과꽃을 개량한 것으로 대부분 겹꽃이다.
꽃이 겹으로 피면 아름다움도 겹일까? ^^ 그런 경우도 있지만, 겹으로 핀 꽃은 꽃을 피우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서인지 정작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겨우 열매가 생겨도 부실하게 맺히다 떨어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간략하게나마 겹꽃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겹꽃 관련해 더 읽을거리
-저 생울타리에 노란꽃, 황매화? 죽단화? [꽃맹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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