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성지(聖地) 중 하나가 화천 비수구미 마을일 것입니다. 서울 광화문에서 166㎞, 안막혀도 차로 3시간 정도 거리인데, 왜 꽃쟁이들의 성지 중 하나일까요? 이곳 비수구미 민박집 뒷산에 광릉요강꽃이 1000여 개체 자라기 때문입니다.
광릉요강꽃은 마침 이맘때 꽃을 피웁니다. 소식을 들으니 올해는 예년보다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빨라 개화해 이번 주가 딱이라고 합니다. ^^ 벌써 다녀온 분들의 광릉요강꽃 감상 후기를 볼 수 있습니다.
광릉요강꽃은 난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10~20㎝ 정도 크기인 잎이 정말 독특합니다. 위 사진처럼 마치 치맛자락을 펼쳐 놓은 듯 한 큼직한 모양인데 마주보고 두 장 달려 있어서 시원하면서도 보기 좋습니다. ^^
꽃은 더 독특합니다. 줄기 끝에 한 송이씩 달리는데 흰색과 회색 중간 정도인 바탕색에 자주색 반점이 있는 꽃잎이 부푼 주머니 또는 요강 모양을 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광릉복주머니란, 치마난초, 부채잎작란화 등으로도 부릅니다. 영어로는 숙녀의 슬리퍼(Korean lady’s slipper)란 이름을 가졌습니다.
광릉요강꽃이 이 같은 이름이 붙은 것은 1932년 광릉숲에서 처음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광릉숲에 수많은 개체가 있었는데, 귀한 난초라고 몰래 캐가는 사람들이 많아 거의 사라졌다고 합니다. 지금 국립수목원에 가면 광릉요강꽃을 볼 수 있는데 나무 담장을 쳐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곳엔 광릉요강꽃과 함께 복주머니란, 털복주머니란이 자라고 있습니다.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도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경기, 강원, 전북 등에 매우 제한적으로 분포한답니다.
이 때문에 국내 야생에는 현재 1000~2000 개체 정도만 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희귀종인 것은 마찬가지여서 일본·중국도 이 꽃을 ‘위협식물’로 지정했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Red List)의 ‘위기(Endangered)’ 등급에 들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수목원이 최근 낭보를 하나 전해왔습니다. 이 희귀·멸종위기 식물인 광릉요강꽃 종자 발아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대량 증식과 자생지 복원 등 광릉요강꽃 보전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
그동안 세계적으로 종자 발아를 통한 인공증식법을 개발하지 못해 안정적인 보전 대책을 세우기 어려웠는데, 국립수목원이 10년간 연구를 통해 이번에 보전을 위한 핵심 기술인 인공증식법을 개발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손성원 국립수목원 박사는 “많은 개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발아율을 향상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아무쪼록 추가 연구도 성공해 광릉요강꽃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으로, 키우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사서 집에서도 키울 수 있는 꽃으로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광릉요강꽃 관련해 더 읽을거리
-돌단풍 금낭화 할미꽃 매발톱 자란, 원예종으로 정착 성공한 봄꽃들
'꽃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발톱과 매발톱나무, 어떻게 생겼기에? (8) | 2021.05.10 |
---|---|
5월 경복궁에 핀 꽃들은? 해당화 모란 쪽동백나무 등 (12) | 2021.05.10 |
요즘 피는 해당화, 인가목, 생열귀나무 구분하기 (13) | 2021.05.05 |
사극에 개망초 나오면 ‘옥에 티’인 이유 ^^ (24) | 2021.05.04 |
담양 소쇄원에 핀 꽃들, 오동나무·광대수염·윤판나물 (24) | 2021.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