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사극 무술영화를 보다가 배경에 전봇대가 지나가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 비슷한 당혹감을 요즘에도 가끔 느끼는데 바로 사극에 개망초가 나올 때입니다. 사극에 개망초가 나오는 것이 왜 ‘옥에 티’일까요? ^^
개망초는 망초와 함께 개화기에 들어온 대표적인 외래종입니다. 나라가 망할 때 들어와 퍼졌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고려시대 나아가 삼국시대가 배경인 사극에 개망초 벌판이 나오면 전형적인 ‘옥에 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김혜수·송강호 주연의 ‘관상’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조선 초기인 문종, 단종 시대가 배경입니다. 세조가 등극하는 계유정난이라는 역사 속 실제 사건을 관상쟁이의 시각으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한양 바닥에 용한 관상쟁이로 소문난 '내경(송강호)’이 ‘김종서(백윤식)’의 명을 받아 궁으로 들어갔다가 ‘수양대군(이정재)’이 역모를 꾀하고 있음을 알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벌이는 일들이 영화의 골격입니다.
영화 초반부에 기생 연홍(김혜수)이 산속에 칩거하는 내경(송강호)을 찾아가는 길에 언덕에서 너무 힘들다며 “나 못가!, 못가”하면서 털썩 주저앉는 장면이 있습니다. 김혜수가 앉은 곳 주변에는 억새와 하얀 꽃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는데, 이 하얀 꽃은 개망초입니다. 그리고 김혜수가 송강호를 만나보고 관상 보는 능력에 만족해 “먼 길 올라온 보람이 있어. 한양이 들썩이겠어”하며 흐뭇한 표정으로 돌아갈 때도 개망초 밭이 나옵니다.
개망초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로, 꽃 모양이 계란후라이를 닮았다고 아이들이 '계란꽃' 또는 ‘계란후라이꽃’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개망초는 들판에 워낙 많아 PD나 감독이 개망초를 피해 찍으려고 해도 난감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 TV 사극에서도 배경이 고려시대인데 군사들이 개망초가 만발한 들판을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요즘 개망초 비슷하게, 계란후라이 모양으로 피는 것 중에는 봄망초도 있습니다. 개망초는 5월부터 10월까지 피는데, 봄망초는 더 일찍인 4월부터 6월까지, 그러니까 봄에 핍니다. 봄망초는 혀꽃이 연한 분홍색을 띠기도 하고 줄기 속이 비어 있는 것이 개망초와 다릅니다. 봄망초는 또 위쪽에서 가지를 치고 개화하지 않은 꽃봉오리는 고개를 숙이는 것도 참고할 만합니다.
개망초와 봄망초를 구분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데, 줄기를 살짝 눌러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속이 비어 있어서 쑥 들어가면 봄망초, 속이 차 있어서 안 들어가면 개망초입니다. 봄망초는 대구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대구망초라고도 부릅니다.
◇개망초 관련해 더 읽을거리
-[꽃맹 탈출] "내가 망초, 개망초도 구분 못했을 때"
-개망초·종지나물·소래풀·큰금계국, 원예종에서 야생으로 탈출한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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