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 먹으러 서울 상명대 근처를 지나다 노란 호박꽃이 핀 것을 보았습니다. 대문 옆 담장 아래에 심어 넝쿨이 담장을 타고 퍼져 있었고, 곳곳에 노란 호박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오늘은 호박꽃을 소개합니다. ^^
호박은 덩굴성 한해살이풀로, 원산지가 열대 지방이지만 전국에서 심어 가꾸는 작물입니다. 씨앗을 뿌리고 4~5일 지나면 싹이 트고 그 후 3일쯤 지나면 떡잎이 나온답니다. 호박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핍니다. 어려서부터 해마다 호박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았는데, 호박이 암꽃, 수꽃이 따로 피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습니다. ㅠㅠ
그러고 보니 수꽃은 꽃술이 하나로 뾰족하고 암꽃은 꽃술이 세 갈래로 갈라져 있습니다. 또 수꽃은 꽃자루가 길고 꽃받침조각이 가늘고 길지만 암꽃은 꽃자루가 짧고 무엇보다 꽃 바로 밑에 둥근 씨방이 있는 것이 확실히 다르네요. ^^ 수꽃은 냉대를 받지만 암꽃은 환영을 받지만, 암꽃도 너무 많으면 적당한 솎아주는 것이, 특히 뿌리 근처에 생기는 암꽃은 따주는 것이 수확을 위해 좋다고 합니다. ^^
어린 호박(애호박)은 꽃이 핀 다음 7~10일쯤 지나면 딸 수 있고 다 익어서 누렇게 된 것은 두 달쯤 지나면 딸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떻든 빠르게 성장하는거죠. 넓은 잎으로 부지런히 광합성을 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
어린 호박은 나물이나 찌개, 부침개 등 여러 음식을 만드는데 쓰이고 어린잎은 데쳐서 쌈을 싸 먹습니다. 자식이 호박잎 쌈을 좋아하는 것을 아시는 우리 어머니도 김치를 보낼 때 가끔 호박잎도 넣어주십니다. ^^
문순태의 단편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는 어머니가 도시 아들 내외와 함께 살면서 특유의 냄새를 피우면서 벌어지는 고부갈등 등을 담은 소설입니다. 그 갈등 요소 중 하나로 호박꽃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그 대목을 한번 읽어보죠.
<어머니는 빗물받이 함석 홈통 아래, 마당에 깔린 두껍고 단단한 시멘트를 깨고 흙을 북돋은 다음 그 자리에 호박을 심었다. 물을 뿌리고 닭 전 머리 기름집에 가서 얻어온 깻묵을 거름으로 주어, 호박은 튼실하게 줄기를 뻗었다. 어머니는 아이들 방 유리창에 바자를 세우고 호박 넝쿨을 2층 옥상으로 올렸다. 2층 양옥이 온통 호박 넝쿨로 푸르게 뒤덮이게 되었다.
아내가 한사코 말렸지만 어머니는 끝내 듣지 않았다. 호박 넝쿨 때문에 아내와 어머니는 여러 차례 충돌이 있었다. 고부간의 갈등 속에서 호박 넝쿨은 그해 여름 내내 어머니의 왕성한 삶처럼 줄기차게 뻗어 올랐다. 드디어 노란 호박꽃이 피고 벌들이 날아들었다. 어머니한테 집의 외관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제야 사람 사는 집 같구나. 고약스런 쎄멘트 냄새만 맡다가 호박꽃 냄새를 맡으니께 맥힌 가슴이 뻥 뚫리는 것만 같구만.”
어머니는 아내의 눈 흘김 따위는 신경을 쓰지 않고 흐뭇한 얼굴로 호박 넝쿨을 바라보았다.>
소설 제목에 냄새가 아닌 ‘향기’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소설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4년 이상문학상 특별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이해인 수녀는 시 ‘호박꽃’에서 호박꽃을 ‘아이를 많이 낳아 키워서/더욱 넉넉하고/따뜻한 마음을 지녀서/엄마 같은 꽃’이라고 했습니다. 짧은 구절에 호박꽃의 장점이 다 담긴 것 같습니다. ^^
◇호박꽃 관련해 더 읽을거리
-박꽃·하늘타리·노랑원추리·야래향, 햇님 보고 내외하는 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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