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산 물향기수목원에서 마타리가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타리는 꽃도 꽃대도 황금색이고 키가 1미터 이상으로 커서 시선을 확 끄는 식물입니다. ^^
마타리는 마타리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서식환경이 까다롭지 않아 전국의 산과 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 피기 시작해 가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입니다. 추석 무렵 가을에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언덕 여기저기에서 황금색 물결로 흔들리는 꽃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마타리 무리입니다. 마타리꽃은 늦게는 10월까지 볼 수 있으니 아직 초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마타리는 줄기 끝에 꽃들이 모여 피는데, 아래쪽일수록 꽃송이가 길고 위쪽일수록 짧아 꽃들이 거의 평면으로 피는 특이한 구조를 가졌습니다. 이런 꽃차례 형태를 ‘산방꽃차례’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꽃 모양이 우산 중에서도 바람에 뒤집어진 우산 모양입니다. ^^
마타리를 얘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특유의 냄새입니다. 어제도 마타리에 다가가니 냄새가 훅~ 끼쳤습니다. ^^ 마타리 냄새는 간장 냄새 같기도 하고 인분 냄새 같기도 합니다. 한방에서는 간장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해서 마타리를 '패장(敗醬)'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아주 더운 날씨만 아니면 나름 신선한 느낌이 드는, 견딜만한 냄새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ㅎㅎ
마타리와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금마타리, 돌마타리가 있습니다. 둘다 마타리보다 키가 작아 아담하고 노란 꽃이 조밀하게 달려 있습니다.
금마타리는 마타리보다 크기가 작고 입도 갈라져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마타리는 1~1.5m 정도까지 자라지만, 금마타리는 20cm 밖에 자라지 않고 주로 높은 산에서 자랍니다. 또 금마타리는 줄기가 서고 근생엽은 손바닥 모양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습니다.
돌마타리도 산에서 바위틈 등에서 사는 식물입니다. 높이 20∼60cm로 자라며 잎은 마주나고 깃꼴로 깊게 갈라지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돌마타리는 마타리와 비슷한 시기에 피지만 키가 작고, 금마타리는 마타리보다 두달 정도 빠른, 5월부터 피기 시작해 헷갈린 염려가 거의 없습니다. ^^
마타리와 거의 똑같이 생겼는데, 꽃색깔이 흰색인 것이 뚝갈입니다. 산에 가보면 마타리와 뚝갈이 형제처럼 나란히 자라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파고 들어가면, 뚝갈은 열매에 날개가 발달하고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는 점도 다르다고 합니다. 뚝갈도 산에 가면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
마타리를 소개하면서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꽃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죠? 어느 대목에 나오냐면 소년과 소녀가 산 너머로 놀러 간 날, 소년이 소녀에게 꺾어준 여러 가지 꽃 중에서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바로 마타리입니다. ^^ 전에 소개한 적이 있지만 그 대목을 보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곧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 그런데, 이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다시 소년은 꽃 한 옴큼을 꺾어 왔다. 싱싱한 꽃가지만 골라 소녀에게 건넨다.>
◇마타리 관련해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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