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과꽃이 외롭게 1 속 1 종인 이유>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 진분홍색 혀꽃에 노란 중앙부를 가진 꽃이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참 예쁩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정감이 가는 꽃입니다.
저도 과꽃을 보면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가 나오는 동요 ‘과꽃’이 떠오릅니다. 1절은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입니다. 2절은 ‘과꽃 예쁜 꽃을 들여다 보면/꽃 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시집 간 지 온 삼년 소식이 없는/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입니다.
가사에 시집간 누나를 그리는, 외로운 남동생의 마음이 잘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과꽃도 우리나라에서는 1속1종밖에 없는 외로운(?) 꽃입니다. 국화과이기 때문에 먼 친척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1속1종이라 형제자매는 없는 외로운 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만큼 과꽃에 뭔가 독특한 것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과꽃은 왜 1속1종일까요?
그 비밀은 꽃을 감싸고 있는 총포(꽃싸개조각)에 있습니다. 과꽃의 꽃차례를 싸고 있는 총포조각이 유난히 길고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총포 조각들이 다른 망초속(Erigeron) 식물들에 비해 길이가 서로 같지 않고 바깥쪽 것이 가장 길어서 별도 속(Callistephus)으로 분리했다고 합니다. 망초속엔 개망초 등이 들어있습니다. 개망초 등이 시집을 가서 과꽃이 외롭게 혼자 있는 모양입니다. ^^
과꽃은 원래 북한의 함경남도에 있는 부전고원과 백두산, 만주 일대에서 자생하는 식물입니다. 오대산에서도 자생지를 발견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과꽃은 토종 과꽃을 유럽·일본 등에서 원예종으로 개량한 것입니다. 프랑스 신부가1800년대 초 과꽃을 보고 반해 씨를 유럽으로 전했는데, 이 꽃을 개량한 것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과꽃은200여 년 전 이역만리로 떠났다가 다시 고향까지 찾아온 꽃인 셈입니다. ^^
비슷한 사연을 가진 식물이 몇 개 더 있습니다. 구상나무, 미스김라일락, 섬초롱꽃, 흑산도비비추 등도 외국으로 나가 개량 등을 거쳐 인기를 끄는 우리 식물입니다. ^^
◇과꽃 관련해 더 읽을거리
-만병초·구상나무 기후변화 영향받아... 어떤 나무이기에?
'꽃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레옹’을 명화로 만든 식물, 아글라오네마 (11) | 2021.09.16 |
---|---|
가을 산 작은 보라색 꽃, 오리방풀·산박하·방아풀 3형제 (13) | 2021.09.15 |
남한산성 성벽은 꽃밭, 지금은 꿩의비름 잔치 (16) | 2021.09.13 |
가장 흔한 건 돌콩, 새콩·여우콩도 알아보아요 (9) | 2021.09.11 |
이게 콩인지 팥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12) | 2021.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