뤽 베송 감독의 영화 '레옹'엔 실내 식물 하나가 자주 나옵니다. 레옹은 이 식물을 화분에 담아 정성껏 가꾸고 거처를 옮길 때마다 갖고 다닙니다. 레옹의 분신처럼 보입니다. ^^
이 식물은 아글라오네마입니다. 레옹은 아글라오네마를 "제일 친한 친구"라고도 말합니다. 레옹이 죽자 소녀 마틸다는 아글라오네마를 교정에 심어 뿌리를 내리게 합니다. 아글라오네마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그저 그런 누아르 영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레옹이 사랑한 식물, 아글라오네마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인 천남성과 식물입니다. 열대우림의 키 큰 나무 아래에 자생하는 식물이어서 습한 반그늘을 좋아합니다. 그늘에 잘 적응해 실내에서도 잘 자랍니다. ^^
아글라오네마(Aglaonema)는 포름알데히드와 벤젠의 제거 능력이 뛰어나 미 항공우주국(NASA)이 선정한 공기정화 식물에도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포름알데히드는 접착제, 커튼 등에서 발생하는데, 새집증후군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벤젠 역시 1급 발암물질로 대표적인 공기 오염물질입니다. 아글라오네마는 넓은 잎 덕분에 증산작용도 활발해 겨울철 가습효과도 뛰어나다고 합니다.
어느 때부턴가 실내 식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는 야생화만 관심이 가고 원예식물, 특히 실내 식물은 좀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실내 식물도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오히려 다른 꽃보다도 사람 가까이서 살아가는 생명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실내 식물의 공기 정화(淨化) 기능도 주목받고 최근엔 인테리어로 식물의 기능에도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졌는지, 실내 식물을 친구·가족 삼아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아글라오네마 외에도 고무나무, 행운목, 홍콩야자, 인삼벤저민, 관음죽, 스킨답서스, 테이블야자, 산세비에리아, 스파티필름 등이 많이 키우는 대표적인 실내 식물입니다. 레옹의 아글라오네마쯤이면 가족 같은 존재, '반려(伴侶) 식물'이라 불러도 무방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반려 식물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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