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팔수, 동백나무, 돈나무, 다정큼나무, 후피향나무에다 병솔나무, 금식나무, 까마귀쪽나무까지... 이런 나무들이 있다면 당연히 제주도를 연상할 겁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그것도 광화문 한복판에서 이런 나무들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교보생명 빌딩 1층입니다. ^^
이 빌딩은 2011년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면서 1층 로비에 300여 평 규모의 실내정원 ‘그린하우스’를 조성했습니다. 동백나무 등 50여 종의 활엽 상록수를 심었다고 하는데, 그동안 제주도와 완도 등 남해안을 오가며 공부한 나무들이 보여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
먼저 담팔수가 보였습니다. 이 나무는 제주에서만 자라는 나무로, 나무가 우산 모양으로 아름다워 가로수로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나무는 상록성이면서도 일년 내내 붉은 단풍잎 몇 개씩을 꼭 달고 있어서 다른 나무와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담팔수(膽八樹)라는 이름은 중국 이름을 받아들인 것이랍니다.
교보빌딩 동백나무와 애기동백은 벌써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동백꽃은 11월부터 피기 시작해 이듬해 5월까지 피는, 명실상부한 겨울꽃입니다. 동백나무를 보면 꽃잎이 살짝 벌어진 것과 많이 벌어진 것이 있는데 각각 동백나무와 애기동백입니다. 동백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인 자생식물이지만, 애기동백은 일본 원산으로 도입한 재배식물입니다. 애기동백은 일년생 가지와 잎 뒷면의 맥, 씨방에 털이 있는 점도 다릅니다. ^^
동백나무 꽃은 진한 붉은색이고 어쩌다 흰색이 있는 반면 애기동백은 위처럼 연한 붉은색이 가장 많고 여러 색깔의 다양한 원예품종들이 있습니다. 제주도든 남해안이든 우리 자생종 동백나무보다 애기동백을 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사람 손길이 닿은 곳은 그렇습니다.
돈나무도 제주도 등 따뜻한 남쪽 바닷가에 주로 분포하는 나무입니다. 요즘 큰 구슬같은 열매 사이로 작고 붉은 종자들이 가득 박혀 있어야 하는데, 교보 돈나무는 서울이고 빛도 충분하지 않은 실내에 살아서 그런지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돈나무라는 이름은 우리가 쓰는 ‘돈’과는 무관합니다. 가을·겨울 열매에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묻어 있어서 온갖 곤충이, 특히 파리가 많이 찾아와서 똥낭이라 부르다 ‘돈나무’로 순화됐다고 합니다. ^^
까마귀쪽나무는 녹나무과의 상록관목으로,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해안에 많이 자생하는 나무입니다. 제주도에서도 주로 관리하지 않은 곳 등에서 볼 수 있고, 나무줄기와 잎에 황갈색 솜털이 가득해 그렇게 그렇게 예뻐 보이지는 않는 나무인데, 서울에서 보니 참 반갑습니다. ^^ 가을에 꽃이 피어 이듬해 봄에 열매가 달리는 식물이라 지금쯤 꽃이 피어야 할 것 같은데, 서울이라 그런지 꽃은 볼 수 없었습니다.
다정큼나무와 후피향나무는 꽃과 열매가 있으면 금방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다정큼나무는 5~6월 하얀꽃이 피고 가을에 검은 열매가 익어서 겨울 내내 달려 있습니다. 반면 후피향나무는 6~7월 연노란색 꽃이 피고 가을에 붉은색 열매가 달립니다. 하지만 잎만 있으면 비슷해 헷갈립니다. 다정큼나무 잎에는 둔한 톱니가 있고 끝이 뾰족하지만 후피향나무 잎은 톱니가 없고 끝이 둔하거나 둥글답니다.
◇더 읽을거리
-제주도 가로수, 후박나무 먼나무 구실잣밤나무 담팔수 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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