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고창 운곡습지생태길을 걸으며 늦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11월의 걷기여행길' 5곳 중 하나로 이곳을 추천했다는 기사를 보고 가보았습니다. 운곡습지는 우리나라에 24곳 있는 람사르습지 중 한 곳입니다.
◇고창 운곡습지
-놀랍도록 아름다운 걷기여행길,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식물들
-운곡습지 담비·수달 안내판, 실물보다 더 예쁘더라 ^^
운곡습지생태길 중 1코스를 다녀왔는데, 운곡습지탐방안내소(고인돌유적지) → 생태연못 → 생태둠벙 → 조류관찰대 → 소망의종 → 운곡습지홍보관 코스(편도 3.6km, 50분)입니다. 단풍이 거의 다 져서 좀 아쉬웠지만 원시적인 느낌을 주는 데다 정말 운치도 있어서 ‘이런 곳을 몰랐구나’ 감탄하며 걸었습니다. 다른 계절에도, 시간이 나는 대로 더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
운곡저수지와 습지는 1981년 영광의 원전 가동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저수용 댐을 만들면서 생겼다고 합니다. 댐을 만들며 사람들이 떠나자 논과 밭은 물론 집터까지 나무와 풀이 자라나 자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운곡습지는 원래 계단식 논이 있었던 곳인데, 그대로 두자 습지로 복원되었다고 하네요. 이 코스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겠지만 먼저 제가 좀 아는, 꽃과 나무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
늦가을이라 잎도 대부분 떨어졌지만 아직 볼만한 꽃과 나무가 적지 않았습니다. 우선 가장 인상적인 것은 감태나무였습니다. 운곡습지 1코스는 감태나무길이라 불러도 무방하겠다 싶을 정도로 감태나무가 많았습니다. 감태나무는 늦으면 봄이 무르익는 4월 초까지 잎을 온전히 달고 있는 특이한 나무입니다.
겨울에 주변 나무들은 상록수 빼곤 나뭇잎이 다 떨어졌는데 이 나무만 홀로 온전히 잎을 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황갈색으로 단풍이 들긴 했지만 나뭇잎이 쭈그러들거나 상하지 않고 온전한 것이 이채롭습니다. 운곡습지에서 감태나무를 셀 수 없이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청미래덩굴 열매입니다. 청미래덩굴은 지역에 따라 망개나무, 맹감 혹은 명감나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덩굴입니다. ^^ 요즘 꽃보다 예쁜, 지름 1㎝ 정도 크기로 동그랗고 반들반들하게 익은 빨간 열매를 달고 있습니다. 누르면 푹신합니다. ^^
단풍 종류 중에서는 아직 신나무 잎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단풍나무는 잎이 손을 펼친 모양으로 갈라지는데, 그중 신나무는 3갈래로 갈라지는 나무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양쪽 두 갈래는 작고 가운데 갈래는 큽니다. 운곡습지 오가는 길 곳곳에 크고 작은 신나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참나무는 졸참나무가 가장 많았습니다. 졸참나무는 참나무 6형제 중에서 잎 크기가 가장 작습니다. 긴 타원 모양이고 잎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습니다. 그래도 헷갈리면 열매를 보면 되는데, 졸참나무 열매는 작고 길쭉합니다.
이곳이 과거 사람이 산 곳이라는 흔적 중 하나는 은사시나무가 적지 않게 보이는 것입니다. 은사시나무는 수원사시나무와 유럽에서 들어온 은백양나무 사이 자연 잡종으로 1950년대 발견해 보급한 나무입니다. 그러니까 운곡습지 은사시나무도 그 이후 심은 나무겠지요. 은사시나무는 아래 사진처럼 수피(나무껍질)에 다이아몬드 무늬가 셀 수 없이 박혀 있습니다. 그래서 은사시나무는 다이아몬드가 가장 많은, 세상에서 가장 부자나무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
운곡습지 생태길에 가려면 고창 고인돌박물관에 주차를 하고 탐방안내소까지 걸어가거나 박물관에서 운행하는 기차를 타고 가야 합니다. 거리는 약 700m입니다. 이 길을 조성하면서 가로수로 종가시나무를 심었더군요. 종가시나무는 도토리가 열리는 상록 가시나무 중 하나로, 대표적인 남부수종입니다. ^^
※전북 고창군 ‘고인돌·운곡습지마을’은 12월2일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한 제1회 '최우수 관광 마을'에 전남 신안군 '퍼플섬'과 함께 선정됐습니다. ^^
◇더 읽을거리
-단풍 구분1/신나무 고로쇠 단풍 당단풍 섬단풍…신고단당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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