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물박달·백송·배롱나무, 인천수목원 수피 경연대회 참관기 ^^

우면산 2021. 12. 3.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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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들른 인천수목원에서 붉은 열매와 함께 볼만한 것은 수피(나무껍질)였습니다. 요즘은 나무들은 대부분 잎을 떨구어 어느 때보다 수피가 돋보이는 때입니다. 다양한 나무들이 있는 인천수목원은 마치 나무들의 수피 경연대회장 같았습니다. 제가 전하는 수피를 보고 채점 한번 해보세요. ^^

 

가장 인상적인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물박달나무 수피였습니다. 숲에서 회색 나무껍질이 너덜거리는 나무가 보이면 물박달나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얇은 조각으로 불규칙하게 벗겨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박달나무도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박달나무는 흑회색 반질거리는 수피를 갖고 있습니다.

 

물박달나무 수피.

 

박달나무 수피.

 

과일모과는 울퉁불퉁 못생긴 것이 특징입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속담까지 있습니다. 그러나 수피와 꽃으로 따지면 상황이 180도 다릅니다. 매끄러운 줄기에 녹색과 회녹색이 조화를 이룬 모과나무 수피 무늬는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봄에 진한 분홍색으로 피는 모과꽃도 뜻밖에도 아주 매혹적입니다. ^^

 

모과나무 수피.

 

백송은 나이가 들면 수피가 흰빛을 띠지만, 젊어서는 수피가 푸르딩딩합니다. 수피가 얼룩무늬로 벗겨지면서 국방색 무늬를 띠는 것이 독특한 미감(美感)을 주는 나무입니다. 자랄수록 나무껍질이 큰 비늘처럼 벗겨지면서 흰빛이 돌아 백송이라 부릅니다.

 

백송 수피.

 

수피를 논하는데, 배롱나무를 빠뜨리면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 얇은 조각이 떨어지면서 반질반질한 피부가 드러나는데 매끈한 피부 미인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 나무 표피를 긁으면 간지럼 타듯 나무가 흔들린다고간지럼나무라고도 부릅니다.

 

배롱나무 수피.

 

개살구나무, 시무나무, 갈매나무 수피도 개성만점입니다. 개살구나무는 짙은 회색에 코르크가 발달한 수피를 가졌고, 시무나무 수피는 회갈색에 불규칙하게 세로로 갈라지는 수피를 갖고 있습니다. 참고로, 옆으로 튼 듯한 줄이 가 있으면 벚나무 종류입니다.

 

개살구나무 수피.

 

시무나무 수피.

 

갈매나무는 백석의 시 ‘남(南)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나오는 나무입니다. 이 시에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갈매나무는 작은 가지 끝이 뾰족한 가시로 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수피가 개성 있는 나무는 오늘 소개한 것 말고도 많이 있습니다. 기회가 닿는대로 더 소개하겠습니다. ^^

 

갈매나무 수피.

 

 

◇더 읽을거리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노각나무는 '수피'짱 ^^ 

 

-다이아몬드 무수히 박힌 부자 나무, 은사시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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