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잎이 없는 겨울이면 수피(나무껍질)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성이 있다고 해야할까, 지저분하다고 해야할까. 수피가 독특하게 벗겨지는데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은 나무들이 있다. 오늘은 수피가 지저분한 나무들 이야기다. ^^
물박달나무는 그중에서도 단연 수피가 개성 있는 나무다. 회색 또는 회갈색 수피는 말 그대로 너덜너덜하다. 제법 큰 조각이 겹겹이 붙어 있다. 그래서 ‘할 일이 많아 포스트잇을 겹겹이 붙여 놓은 것 같다’는 사람들도 있다. ^^
물박달나무는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큰키나무다. 크게 자라면 20m까지 자라는 나무인데, 숲속에서도 수피만으로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나무다. 물박달나무를 알아보기위해 굳이 잎 등 다른 부분을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
수피가 지저분한 나무를 논할 때 산수유를 빠뜨릴 수 없다. 초봄에 산수유와 생강나무는 비슷한 노란색 꽃이 피기 때문에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산에 있으면 생강나무, 도심에는 산수유인데, 꽃이 피는 형태로도 구분이 가능하다. 생강나무는 짧은 꽃들이 줄기에 딱 붙어 뭉쳐 피지만, 산수유는 긴 꽃자루 끝에 노란 꽃이 하나씩 핀 것이 모여있는 형태다.
하지만 가장 구분하기 쉬운 것은 수피를 보는 것이다. 생강나무는 줄기가 비교적 매끈하지만 산수유 줄기는 위 사진처럼 껍질이 벗겨져 지저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색깔도 산수유가 샛노란 색인 반면 생강나무는 연두색이 약간 들어간 노란색으로 좀 다르다. ^^
느릅나무속에는 느릅나무, 비술나무, 참느릅나무, 왕느릅나무 등이 있지만 이중 참느릅나무는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참느릅나무의 경우 유난히 수피가 얼룩덜룩한 모양이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처럼 수피가 잘게 벗겨져 다른 느릅나무 종류와는 확실히 구별할 수 있다.
단풍나무 종류 중에서는 복자기와 중국단풍 수피가 지저분하다는 말을 듣는다. 복자기는 단풍이 곱지만 수피는 벗겨져서 지저분하고 너덜너덜하다. 그래서 비슷하게 생긴 복장나무와 구분할 때 수피가 매끈하면 복장나무, 지저분하면 복자기다. 중국단풍도 수피가 벗겨지면서 지저분하다는 말을 듣는다. 아래 두번째 사진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중국단풍은 잎이 오리발처럼 생긴 것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참나무 중에서는 갈참나무가 수피가 지저분하다는 말을 듣는다. 갈참나무 수피는 세로로 갈라지는데, 깊은 수피 주름을 갖고 있다. 갈참나무는 아래 사진처럼 잎자루가 있고 잎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비슷하게 생긴 졸참나무 잎은 날카로운 톱니 모양이다. 오리나무는 수피만 보면 갈참나무와 비슷하다. 그럴 경우엔 하늘을 보아 가지에 작은 열매가 달려 있으면 오리나무, 열매가 없이 깨끗하면 갈참나무다. ^^
다릅나무 수피는 얇게 벗겨지면서 말리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때가 밀린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다릅나무는 나무를 베면 목질부 겉과 속의 색깔이 선명하게 달라서 다릅나무라는 이름을 가졌다. ^^
◇더 읽을거리
-물박달·백송·배롱나무, 인천수목원 수피 경연대회 참관기 ^^
-새봄 저 노란꽃 산수유일까 생강나무일까? [꽃맹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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