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이나 식당, 아파트 거실 등에서 볼 수 있는 잎이 푸른 나무 중에서 상당수는 녹보수 아니면 해피트리(행복나무)입니다. 이 둘은 비슷하게 생겨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녹보수와 해피트리 구분하는 법, 차이점에 대한 글입니다. ^^
먼저 녹보수와 해피트리(행복나무)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다른 나무입니다. 녹보수(Radermachera sinica)는 능소화과, 해피트리(Heteropanax fragrans)는 두릅나무과여서 과(科) 자체가 다릅니다. 과가 다르다면 꽃과 열매 등 생식 방법이 전혀 다른 나무라는 뜻입니다.
해피트리는 행복나무라고도 하고, 녹보수는 ‘녹색의 보석 나무’라는 뜻입니다. ^^ 근래 도입한 나무인데, 식물학자들이 관심을 갖기 전에 유통업자들이 이름을 잘 지어서인지 승진이나 식당, 카페 등 개업 선물로 많이 쓰는 나무입니다. ^^
이 둘을 구분하는 방법은 먼저 잎 모양을 보는 것입니다. 녹보수는 잎의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뾰족뾰족합니다. 반면 해피트리 잎은 잎의 가장자리가 매끄럽고 물결 모양을 이룹니다. 아래 두 사진을 비교해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 잎에 광택이 있고 없고로 구분할 수 있다는데 일반인들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잎 모양을 보는 것보다 더 쉬운 것은 수피, 특히 아래쪽 수피를 보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녹보수 수피는 잔무늬가 없지 않지만 매끄러운 편이고, 해피트리는 굴곡이 촘촘한, 울퉁불퉁한 수피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삶에서 굴곡을 겪어야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외운 다음에는 두 나무를 헷갈리지 않더군요. ^^
두 나무는 가지 모양으로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녹보수는 가지가 마주보기이고 해피트리는 어긋나기입니다. ^^ 제가 보기에는 수피를 보는 것이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
인터넷 등을 검색하다보면 해피트리에 꽃이 피었다는 글과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제가 본 것은 전부 녹보수 꽃이 핀 것입니다. 아까 녹보수는 능소화과라고 말씀드렸는데, 아래 사진과 같이 능소화 비슷하게 연노랑색 꽃이 핍니다. ^^ 해피트리는 두릅나무과여서 두릅나무처럼 잎자루 기부가 부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핀 꽃 사진을 검색해보면 정말 두릅나무 꽃과 비슷한 꽃이 피더군요.
※식물 공부하는 사람들이 주로 참고하는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해피트리 학명을 ‘Heteropanax chinensis’로, 녹보수는 제가 해피트리로 쓴 ‘Heteropanax fragrans’로, 제가 녹보수 학명으로 쓴 ‘Radermachera sinica’는 ‘채두수’ 학명으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오래 공부하지 않아도, 구글 등에서 학명과 나무 사진 등을 비교해 보면 현재 사람들이 많이 쓰는 명칭과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이에 따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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