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강릉 솔향수목원에 다녀왔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겨울에 수목원 가면 뭐 볼 게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한겨울이지만 저는 지금도 가고싶은 수목원이 한둘이 아닙니다. ^^ 오늘은 겨울 수목원에 가면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먼저 수피를 볼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잎이 다 떨어져 나무껍질, 수피가 잘 보입니다. 아래는 솔향수목원 배롱나무입니다. 배롱나무는 수피가 유별나게 생겼습니다. 얇은 조각이 떨어지면서 반질반질한 피부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 나무 표면이 아주 매끈해 원숭이도 미끄러진다고 일본에서는 ‘원숭이 미끄럼나무’라고 부른답니다.
그 다음 볼 수 있는 것이 겨울눈(꽃눈, 잎눈)입니다. 나무들은 잎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봄을 준비하며 겨울눈을 만들어둡니다. 아래 사진은 생강나무 겨울눈입니다. 저는 아직 이 겨울눈이 꽃눈인지 잎눈인지 구분할 정도로 내공이 쌓이지 않았습니다. ^^
다음은 나무의 전체적인 윤곽을 잘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용버들 가지입니다. 용버들은 가지와 잎, 줄기가 구불거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말하자면 곱슬곱슬 파마한 버들이죠. ^^ 겨울이라 용버들 가지가 곱슬거리는 것을 어느 때보다 잘 관찰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때죽나무 전경입니다. 이 나무가 꽃이 만개했을 때 사진을 담고 싶었는데, 올 봄엔 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내년 봄에는 꼭 저 때죽나무 전경 사진, 아래에 누워 위를 향해 찍은 사진을 찍어보려고 합니다. ^^
다음은 상록수 또는 잎이 떨어지지 않는 침엽수를 보는 것입니다. 솔향수목원에서도 많은 상록수, 상록침엽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 금송, 구상나무, 비자나무를 소개합니다. 금송은 일본의 특산식물로, 잎이 두껍고 짧은 가지 위에 15~40 장씩 돌려나는 것이 특징인 나무입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입니다. 전나무와 비슷한데, 잎 뒷면의 흰 줄 때문에 멀리서 보면 나무가 은녹색을 띠는 부분이 많아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에서 제한적으로 자라는데, 수형이 근사해서 요즘 공원·화단에서도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서울 경복궁, 홍릉수목원에 가도 근사한 구상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수형이 아름다워 전 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트리로 사랑받는 나무입니다. 다만 기후변화에 취약해 집단 고사하고 있어서 보호 조치가 시급한 나무이기도 합니다.
아래 사진은 비자나무 잎 모양입니다. 잎 뻗음이 ‘非’자를 닮아서 생긴 이름이라고 합니다. ^^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 500∼800년생 비자나무 287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 비자림이 있습니다. 비자나무숲 사이로 3.2km 정도의 산책로를 조성해 놓았는데 한 바퀴 도는 데 한시간 정도 걸립니다. 참 좋으니 제주도 가면 들러보세요. ^^
마지막으로 뜻밖의 식물을 만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열매가 노랑색인 남천입니다. 남천 열매는 거의 다 빨간색인데 희귀종으로 열매가 노란 것도 있다고 합니다. ^^ 온실을 보는 재미는 지난 번에 일부 소개했는데, 기회 있을 때 한번 더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ㅎㅎ
◇더 읽을거리
-관광객 부르는 제주도 효자나무들 ^^ 비자 동백 삼나무 편백 왕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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