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로 올해 만난 꽃 중 가장 자랑할만한 꽃 다섯 개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
먼저 7~8월 여름에 피는 꽃 해오라비난초입니다. 마치 백로가 날아가는 듯한 모습이어서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해오라비'는 해오라기의 옛말로 백로류의 새입니다.
워낙 귀한 꽃이라 야생에서는 만나기 거의 불가능하고 수목원 등에서, 그것도 개화 시기 등에서 운이 좋아야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꽃이 워낙 특이해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채취하는 바람에 개체 수가 급속히 감소해 멸종위기종으로 관리하는 식물입니다.
하얀 꽃은 좌우대칭형입니다. 2개의 꽃잎은 위로 뻗어 있고 세번째 꽃잎은 수평으로 앞으로 뻗으면서 3갈래로 갈라진 형태입니다. 세 갈래 중 가운데 조각은 혀 모양, 양 옆의 조각은 부채 모양인데 바깥쪽 가장자리가 잘게 갈라져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모습이 진짜 백로가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
지난 8월초 상사화가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광릉 국립수목원에 갔습니다. 수생식물원과 비비추원 주변 등 두세 곳에서 상사화가 막 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귀한 꽃은 아니지만, 연분홍 꽃 색깔이 너무 고와 1시간 이상 차를 몰고 간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고 '올해 만난 꽃 베스트5' 중 하나로 꼽는데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
상사화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을 볼 수 없는 특이한 식물입니다. 봄에는 잎만 나와 영양분을 알뿌리에 저장해 놓고 6~7월쯤 마릅니다. 잎이 지고 난 8월쯤 꽃대가 올라와 연분홍색 꽃송이가 4~8개 정도 달립니다. 그래서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해 그리워한다고 이름이 상사화(相思花)입니다.
지난 7월 경기도 시흥 관곡지, 연꽃테마파크에 갔습니다. 이곳에 가면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이 가시연꽃입니다. 가시연꽃은 잎과 줄기는 물론 꽃받침에도 온통 가시가 나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Ⅱ급인 희귀 식물이지만 연꽃축제 등에 가면 단골로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피는 시기 맞추기가 쉽지 않은 꽃입니다. ^^
아래 사진은 오대산 백작약입니다. 지난 5월 담은 사진인데, 환상적일만큼 아름다운 꽃입니다. ^^ 5~7장의 흰색 꽃송이가 약간 끝을 오므려 마치 작은 항아리를 만들듯 피고 그 속에 노란 수술이 있습니다. 늦은 봄 깊은 숲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백작약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꽃의 빛깔이 아주 진한 분홍색인 꽃이 있는데 산작약입니다. 저도 아직 산작약은 실물을 알현하지 못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창덕궁 낙선재 매화입니다. 한해의 본격적인 개화를 알리는 꽃으로 매화만한 것이 없겠지요. 매화 중에서 가장 깔끔하고 향기도 좋은 매화, 낙선재 앞뜰 매화입니다. ^^ 마침 막 피어나 한창 기운이 좋을 때, 맑은 향기가 낙선재 앞에 가득할 때 찾았습니다. ^^ 이밖에도 잎은 아카시나무 닮았는데, 진한 노란색 꽃이 예쁜 우리나라 특산식물 개느삼, 설악산자생식물원에서 본 섬말나리 등도 올해 기억하는 꽃들입니다. ^^
◇더 읽을거리
-해오라비난초·회양목, 백로와 부엉이 빼닮은 꽃과 열매
-시흥 관곡지, 연꽃테마파크에 핀 꽃들③ 가시연꽃·노랑어리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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