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연리지·연리목, 사랑의 상징인가, 타협의 산물인가?

우면산 2021. 12. 1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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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나 수목원에 다니다 보면 두 나무가 붙어서 자라는 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연리목(連理木)입니다. 오늘은 연리목 얘기와 함께 제가 본 연리목 사진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연리(連理)는 뿌리가 다른 나무가 맞닿아 한 나무처럼 합쳐져 자라는 것을 말합니다. 연리목은 원줄기가 합쳐져 있는 나무이고, 가지만 연결되면 연리지(連理枝)라고 합니다. ^^

 

나무가 작을 때는 가까이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몸집이 커지면서 서로 부딪혀 붙고, 안정이 되면 줄기나 가지가 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흔히 연리지는 연인의 사랑, 연리목은 부부의 사랑에 비유하더군요. ^^ 그래서 연리지나 연리목을  사랑나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연리목은 같은 종 나무인 경우가 많지만 다른 종 나무가 연리목으로 자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나무 중에서 경쟁에서 지는 나무는 죽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연리목은 두 나무가 타협한 산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먼저 아래 사진은 해남 대흥사에서 본 느티나무 연리목입니다. 이 절의 대웅보전 담장 옆에는 500년 된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예 뿌리가 연결된 두 그루의 나무는 오랜 세월 하나의 나무로 살아온 것입니다. 이렇게 뿌리가 붙는 경우를연리근(連理根)’이라고 합니다.

 

해남 대흥사 느티나무 연리목.

 

다음은 제주도 평대리 비자림에 있는 비자나무 연리목입니다. ‘천년의 숲비자림은 수령 500~800년 된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생하는 곳입니다. 천연기념물 제374호입니다. 이곳에 비자나무 두 그루가 붙어 한 몸으로 자라는 연리목이 있습니다. 안내판엔 아예 '사랑나무'라고 써 있습니다. ^^ 그 앞에서 부부나 연인 등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거나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제주 비자림 비자나무 연리목.

 

마지막으로 서울 창경궁에서 자라는 나무입니다. 창경궁 매표소에서 춘당지 가는 길에 회화나무와 느티나무가 줄기와 뿌리가 뒤엉켜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안내판에는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살얼음판 같은 궁궐에서 서로 의지하며 서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고 쓰여 있었는데, 약간 엉뚱하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

 

창경궁 느티나무(왼쪽)와 회화나무 연리목.

 

나무가 연리가 되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웃한 두 나무가 차츰 굵어져 맞닿게 되면 해마다 새로운 나이테를 만들기 때문에 서로를 심하게 압박한다고 합니다. 우선 맞닿은 부분의 껍질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부서지고 맨살끼리 맞부딪치겠지요. 먼저 굵게 자라는 것을 담당하는부름켜가 서로 가진 물질을 주고받고, 이어서 양분을 공급하는 방사조직을 서로 섞어버린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세포들은 맞닿은 선을 따라 차근차근 서로의 세포벽을 잇는 공사를 진행해 나간다고 합니다. 한몸이 되는 것이지요.

 

 

◇더 읽을거리

 

-관광객 부르는 제주도 효자나무들 ^^ 비자 동백 삼나무 편백 왕벚나무 

 

-“멀리 갈 필요 없죠 ^^” 가을 정취 무르익은 창경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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