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우크라 여인 “해바라기씨나 주머니에 넣어두라” 호통친 이유

우면산 2022. 3. 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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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러시아군 도심 진입을 막아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한 용감한 우크라이나 여성이 중무장한 러시아 군인과 대치하는 영상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에서 촬영한 것이라는데, 한 여성이 러시아 군인들에게 다가가우리 땅에서 대체 뭘 하는 거냐”고 따집니다. 군인은불필요하게 상황을 악화시키지마라”고 위협하지만 이 여성은주머니에 해바라기 씨앗을 넣어 두라, 당신이 죽은 뒤 이 땅에 해바라기가 자랄 수 있게(Put sunflower seeds in your pocket so they grow when you die here)”고 소리친 다음 현장을 떠납니다. ‘당신은 여기서 죽을 것이다’, ‘해바라기 거름으로 쓰겠다’, ‘우리는 항전할 것이다고 말하는 겁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빠르게 퍼지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해바라기밭. 경기도 안산 구봉도 입구에서 담은 것이다.

 

해바라기는 우크라이나 국화(國花)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세계 최대 해바라기씨 생산국이죠. 우크라이나를 기차나 자동차로 다니다 보면 10~20㎞ 뻗어 있는 해바라기밭이 장관이라고 합니다. 소피아 로렌 주연의 1970년 작 영화해바라기는 이 해바라기밭을 배경으로 찍은 것입니다.

 

소피아 로렌이 전쟁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찾아 해바라기밭을 헤매는 모습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영화 시작과 마지막도 소피아 로렌이 기차에서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밭을 넋 놓고 바라보는 장면입니다. 이 해바라기밭 장면은 우크라이나 남서부의 오데사 지역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해바라기밭과 끝없는 참전 군인 무덤이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크라 여인의 말에는 이런 전후 사정이 담겨 있는 겁니다.

 

해바라기 꽃차례.

 

해바라기는 수많은 꽃이 모여 하나의 꽃차례를 이루는 국화과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꽃입니다. 가장자리의 노랑 꽃잎(혀꽃)은 곤충을 유혹하는 가짜 꽃이고, 안쪽에 작은 대롱꽃들이 나중에 씨앗을 맺는 진짜 꽃들입니다. 어린 해바라기는 하루 종일 해를 따라 꽃줄기의 방향을 트는 것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굴광성(屈光性) 혹은 향일성(向日性)이라 부르는데, 잎들의 광합성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해바라기밭.

 

우크라이나만큼은 아니지만 요즘 우리나라에도 곳곳에 드넓은 해바라기밭이 생기고 있습니다. 경기 연천군 호로고루 유적지, 태백시 구와우마을, 함안 강주마을, 장성 황룡강 등에서 제법 넓은 관광용 해바라기밭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걱정인 것은 우크라 국민들의 결사항전이 장기화하면서 사상자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무고한 우크라이나 국민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빨리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더 읽을거리

 

-도쿄 올림픽 꽃다발, 어떤 꽃들로 만들었을까? 

 

-손가락 넣고 싶은 디기탈리스, 화가 고흐 약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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