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공부하다 보면 두릅나무, 느릅나무, 다릅나무, 산겨릅 나무처럼 ‘릅’ 자가 들어 있는 나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드는 의문이 대체 왜 ‘릅’ 자가 들어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오늘은 이 나무들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왜 ‘릅’ 자가 들어갔는지 유추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두릅나무입니다. 두릅나무는 우리가 먹는 두릅을 제공하는 바로 그 나무입니다. 음나무(엄나무)와 헷갈리는데, 두릅나무는 가시가 자잘한 반면 음나무는 가시가 굵어 구분할 수 있고, 잎 모양과 달리는 형태도 판이하게 다릅니다. ^^
‘두릅’이라는 이름은 ‘산림경제지’(조선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이 쓴 일종의 백과사전)에 ‘둘훕’이라 했던 것이 이후 변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 당연히 ‘둘훕’은 어디서 나왔는지 따져야 하는데 나와 있는 자료를 찾을 수 없습니다. ㅠㅠ
다음으로 느릅나무는 ‘느름나무’가 변한 것이라고 합니다. ‘느름’은 힘없이 늘어진다는 뜻인 ‘느른하다’에서 온 말인데, 느릅나무 속껍질을 벗겨내어 짓이기면 약간 끈적끈적하고 느른해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느른하게 만든 껍질로 흉년에 구황식으로 썼다고 합니다(‘우리나무 이름사전’). ^^
느릅나무는 평강공주와 온달 이야기에 나오는 나무입니다. ^^ 평강공주가 온달을 찾아갔을 때 온달은 느릅나무 껍질을 벗기러 가고 없었습니다. 느릅나무 껍질은 끊어지지 않고 길게 벗겨졌는데, 약재(유근피)로도 쓰고 먹을 수 있어서 배고픔을 달랠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느릅나무의 영어 이름은 ‘elm’입니다. 좀 익숙한 단어죠? ^^ 적어도 서울과 그 인근에는 느릅나무보다 참느릅나무를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한강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중 하나가 참느릅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릅나무는 이름 유래가 비교적 분명합니다. 다릅나무는 아래 두번째 사진처럼 나무를 베면 목질부 겉과 속의 색깔이 선명하게 달라서 다릅나무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합니다. ^^ 다만 다릅나무보다는 다름나무가 뜻도 분명하고 쓰기도 편한데 왜 굳이 어렵게 다릅나무로 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릅나무 수피는 얇게 벗겨지면서 말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때가 밀린 것 같아 지저분하게 보인다는 말을 듣습니다. ^^
산겨릅나무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입니다. 삼베옷을 만들기위해 삼의 껍질을 벗기고 남은 대를 겨릅대라고 하는데, 산에서 겨릅으로 쓸 수 있는 나무라고 하여 산겨릅나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단풍나무 종류로, 아래 사진처럼 꽃과 열매가 한 줄로 길게 달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느릅과 다릅은 각각 ‘느름’과 ‘다름’에서 변한 것이고, 두릅과 산겨릅은 다른 단어에서 온 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떻든 ‘릅’ 자 돌림과는 무관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분명 ‘릅’ 자 돌림에 어떤 의미나 경향성이 있을 법한데 아직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 더 공부해서 손에 잡히는 것이 있으면 다시 공유하겠습니다. ^^
◇더 읽을거리
'나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목나무, 잎 위에서 꽃이 핀다고? ^^ (20) | 2022.06.17 |
---|---|
쉬땅나무꽃 보면 꼭 진주알 찾아보세요 ^^ (14) | 2022.06.13 |
땅찔레 혹은 돌가시나무를 만나다! (12) | 2022.05.30 |
소나무 생산 1위, 정읍 소나무가 각광받는 이유는? (21) | 2022.05.27 |
제주도 상징 참꽃나무 꽃, 안면도에서 보려면 서두르세요 ^^ (36) | 2022.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