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지인들과 강원도 횡성에 있는 청태산에 다녀왔습니다. 청태산은 깨끗한 이름만큼이나 야생화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요즘은 봄꽃은 지고 여름꽃은 아직 피지 않은 ‘꽃궁기’임에도 역시 청태산은 다양한 야생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처녀치마를 소개하겠습니다. ^^
처녀치마는 4월 중순쯤 피는 봄꽃입니다. 전국 산지의 개울가 등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랍니다. 꽃은 자주색 또는 보라색으로 줄기 끝에서 3~10개 정도 꽃술이 비스듬히 아래로 뻗으면서 하나의 꽃 뭉치를 이룹니다.
처녀치마는 우선 이름이 특이해 야생화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관심이 갔습니다. 그런데도 쉽게 만나지 못하다 2005년 4월 북한산 대남문 근처에서 야생의 처녀치마와 상봉하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 아직 찬바람이 남아 있는 초봄에 수북한 낙엽 사이에 핀 연보라색 처녀치마는 신비로운 빛을 보는 것처럼 정말 아름답습니다. ^^
처녀치마라는 이름처럼 꽃 모양과 로제트형으로 퍼진 잎이 치마 모양과 닮았습니다. 특히 꽃 모양과 색깔은 세련된 아가씨가 입는 치마같이 생기지 않았나요? 요즘 젊은 아가씨들이 입는 미니스커트 같기도 하고, 짧은 캉캉치마 같기도 합니다. ^^ 처녀치마라는 이름이 일본 이름을 오역(誤譯)한 결과라는 견해도 있으나 나는 우리 조상이 이른 봄에 피는 이 꽃의 느낌을 잘 살려 지은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꽃에 관심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떤 꽃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예쁜 야생화 중에서 뭘 골라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를 정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고른 것이 처녀치마입니다. ^^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야생화 중 하나이기도 하고 저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준 꽃이기도 합니다. ^^
왜 갑자기 초봄에 피는 처녀치마 얘기냐구요? 요즘 처녀치마가 볼만하기 때문입니다. 처녀치마는 꽃이 필 때는 꽃대가 10㎝ 정도로 작지만 수정을 한 다음에는 꽃대 길이가 50㎝ 정도까지 훌쩍 크는 특이한 꽃입니다. 요즘 딱 그 꽃대 높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꽃대를 높이는 것은 꽃씨를 조금이라도 멀리 퍼트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꽃공부를 한 ‘야사모’에서는 청태산 전나무 아래 처녀치마를 ‘미스 처녀치마’라고 불렀습니다. ^^ 우리나라에서 제일 예쁜 처녀치마라는 뜻으로 부른 것입니다. 이 처녀치마를 보러 청태산에 대여섯 번은 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꽃대를 올린 모습을 본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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