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북한산을 가려고 구기동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 노란 큰방가지똥 꽃이 담장 아래 피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요즘 다른 꽃들은 다 시들거나 아예 사라졌는데 거의 홀로 꽃이 피어 존재감을 뽐내는 것 같습니다. ^^ 마치 '이 추위에 나처럼 꽃 필 수 있어?'라고 과시하는 듯했습니다.
방가지똥과 큰방가지똥은 봄부터 10월까지 꽃이 피는데, 지금까지도, 앞으로 눈이 와도 꽃이 피는 놈이 있을 정도로 강인한 식물입니다. 둘다 전체적인 모습은 엉겅퀴 닮았고 민들레를 닮은 노란 꽃을 피웁니다. ^^ 맨 아래 사진처럼, 노란 꽃과 솜털처럼 하얀 씨방을 나란히 달고 있는 것도 보입니다. 둘 중 서울 등 중부지방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꽃은 큰방가지똥입니다.
특히 가시가 험상굳게 생긴 큰방가지똥이 더 엉겅퀴를 닮았습니다. 큰방가지똥은 방가지똥에 비해 전체적으로 크고 잎도 두텁고 잎 표면에 광택이 있습니다. 또 큰방가지똥은 잎 가장자리 톱니 끝부분의 가시가 아주 억세게 생겼습니다. 방가지똥 잎에도 가시가 있지만 아래 사진처럼 작은 편이고 잎에 광택이 없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또 꽃자루에 밀선(蜜腺)이 있는가 여부로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방가지똥은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꽃자루에 밀선처럼 생긴 털(선모·腺毛)이 있지만, 큰방가지똥은 꽃자루에 밀선이 없습니다. 방가지똥에 비해 큰방가지똥이 더 척박한 환경에서 잘 적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큰방가지똥을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우리 주변이 더 좋지 않은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방가지똥은 왜 이런 이름을 가졌을까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방아깨비 유래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방가지'는 곤충 방아깨비의 방언이고 방아깨비는 위험에 처하면 배설물을 내놓는다고 합니다. 마치 방가지똥 종류가 상처를 입으면 흰 유액을 내놓는 것과 같다고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김종원 ‘한국식물생태보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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