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맑고 달콤한 칡꽃 향기 맡아보세요 ^^

우면산 2020. 7. 20. 06:05
반응형

 

 

요즘 숲길이나 호젓한 길을 걷다 어디선가 아주 맑고 달콤한 향기가 나면 근처에 칡꽃이 피었나 돌아볼 일입니다. ^^ 요즘 곳곳에 칡꽃 향기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칡꽃은 향기가 진하고 멀리 가서 10여 m 떨어진 곳에서도 주변에 칡꽃이 핀 것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칡꽃 향기는 어떻게 표현할지 난감하지만, 아주 싱그러운 향입니다. ‘와인향처럼 좋은 향’이라고 표현한 사람도 있습니다.

 

칡꽃. 자주색 꽃잎에 노란 무늬가 아주 인상적이다.

 

칡은 알면서도 칡꽃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눈여겨 보면 7~8월 한여름에 자주색 꽃잎에 노란 무늬가 아주 인상적인 꽃이 핍니다.

 

그래서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에도 칡꽃이 상당히 비중 있게 나오고 있습니다. 아래는 소년과 소녀가 산 너머로 놀러 간 날 장면 중 하나입니다.

 

"저건 또 무슨 꽃이지?"

적잖이 비탈진 곳에 칡덩굴이 엉키어 꽃을 달고 있었다.

"꼭 등꽃 같네. 서울 우리 학교에 큰 등나무가 있었단다. 저 꽃을 보니까 등나무 밑에서 놀던 동무들 생각이 난다."

소녀가 조용히 일어나 비탈진 곳으로 간다. 꽃송이가 많이 달린 줄기를 잡고 끊기 시작한다.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안간힘을 쓰다가 그만 미끄러지고 만다. 칡덩굴을 그러쥐었다.

소년이 놀라 달려갔다. 소녀가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아 이끌어 올리며, 소년은 제가 꺾어다 줄 것을 잘못했다고 뉘우친다. 소녀의 오른쪽 무릎에 핏방울이 내맺혔다.

 

칡꽃. 맑고 달콤한 향기가 일품이다.

 

칡은 우리 조상들이 유용하게 쓴 식물입니다. 뿌리는 식용이나 한약재로, 넝쿨은 바구니나 소쿠리를 만드는데, 꽃은 잘 말려서 차나 술을 만들거나 발효액을 만들 때 사용했습니다.

 

칡은 뿌리에 전분 등 영양분을 저장합니다. 이 뿌리에 다량의 에너지를 축적해 두었다가 무서운 속도로 자라는 것입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옛날에는 이 뿌리를 식량으로 이용했죠. 지금도 갈아서 국수나 차 등을 만듭니다. 칡 뿌리는 어린 시절 최고의 간식이기도 했습니다. 뿌리를 씹으면 단 맛이 납니다. ^^ 요즘은 ‘칡즙 팝니다’라는 간판을 단 리어카나 트럭에서 칡뿌리를 볼 수 있습니다.

 

칡은 다른 나무나 물체를 감고 올라가며 자라는 식물입니다. 순식간에 주변 숲을 덮어버릴 만큼 세력이 좋아 산을 깎은 자리에 산사태를 막기 위해 일부러 심기도 합니다. 칡이 도로변 등 경사면을 온통 뒤덮고 있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죠. 요즘에는 칡뿌리를 캐는 사람이 드물어서인지 칡이 너무 번성해 다른 식물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입니다. 호젓한 도로의 경우 한가운데까지 줄기를 뻗는 칡 줄기를 보면 대책을 세워야 할 단계에 이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ㅠㅠ

 

검색하다보니 이틀전 KBS 보도가 있는데 제목이 '생태계 파괴자 ‘칡덩굴’에 골치…하루 30cm 성장'입니다. ㅠㅠ 

다행히 울창한 숲에서는 햇볕을 받지 못해 자라지 못합니다.

 

살아가면서 생기는 ‘갈등’이라는 단어에서 갈(葛)은 칡이고, 등(藤)은 등나무로, 두 나무가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실제 숲에서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숲에는 칡과 등나무만 있고 갈등은 없다’는 겁니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