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홍자색 박태기나무꽃, 그 원초적 모습 겨울눈 ^^

우면산 2023. 1. 3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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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단편 '친절한 복희씨'는 중풍으로 반신불수인 남편을 돌보는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만큼 홍자색 박태기나무꽃의 특징을 잘 잡아내 묘사한 소설이 없는 것 같습니다. ^^

 

할머니는 꽃다운 열아홉에 상경해 시장 가게에서 일하다 홀아비 주인아저씨와 원하지 않는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 할머니에게는 결혼 전 가게에서 식모처럼 일할 때, 가게 군식구 중 한 명인 대학생이 자신의 거친 손등을 보고 글리세린을 발라줄 때 느낀 떨림의 기억이 있습니다. ^^ 그 대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내 몸이 한 그루의 박태기나무가 된 것 같았다. 봄날 느닷없이 딱딱한 가장귀에서 꽃자루도 없이 직접 진홍색 요요한 꽃을 뿜어내는 박태기나무. 내 얼굴은 이미 박태기꽃 빛깔이 되어 있을 거였다. 나는 내 몸에 그런 황홀한 감각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이를 어쩌지. 그러나 박태기나무가 꽃피는 걸 누가 제어할 수 있단 말인가. 나의 떨림을 감지한 대학생은 당황한 듯 내 손을 뿌리쳤다.>

 

4월 박태기나무 꽃.

 

4월이면 화단이나 공원에서 온통 홍자색으로 물든 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잎도 나지 않은 가지에 길이 1~2㎝ 정도 꽃이 다닥다닥 피기 때문에 나무 전체를 홍자색으로 염색한 것 같습니다. 이 꽃이 박태기나무꽃입니다. ^^ 4월에 물이 오르면 딱딱한 나무에서 꽃이 서서히 밀고 올라와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정말 신기합니다.

 

박태기나무 줄기에 꽃눈이 붙어 있는 모습.

 

그런데 과연 소설에서 묘사한 나오는대로 봄날 느닷없이 딱딱한 가장귀에서 꽃자루도 없이 직접 진홍색 요요한 꽃을 뿜어낼까요? ^^ 나무들은 그 전해 늦봄부터 겨울눈을 준비한답니다. 잎눈과 꽃눈 둘 다 준비합니다. ^^

 

박태기나무 겨울눈. 둥글고 여러 개 모여 달린 것이 꽃눈, 삼각형으로 끝이 뾰족한 것이 잎눈이다.

 

그동안 박태기나무 꽃만 보고 감탄했는데, 이번에 박태기나무 겨울눈을 자세히 관찰해 보았습니다. 위 사진에서 맨위 왼쪽 크고 둥글며 한 자리에 여러 개가 모여 달린 것이 꽃눈, 아래쪽 삼각형으로 끝이 뾰족한 것이 잎눈입니다. ^^

 

박태기나무도 언제 어느 부분에서 꽃을 피울지 다 계획이 있는 겁니다. ^^ 박태기나무는 중국 원산이며,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4월 중순쯤 잎도 나기 전에 홍자색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피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4월 만개한 박태기나무꽃.

 

박태기나무라는 이름은 꽃이 피기 직전 꽃망울 모양이 밥알을 닮은 데서 유래한 것입니다. 어릴 적 고향에서는 밥알을 '밥태기'라고 불러서 이 나무 이름을 듣고 금방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 북한에서는구슬꽃나무라고 부르는데, 막 피어 나려는 꽃봉오리가 구슬 같다는 의미일 것 같습니다.

 

 

◇더 읽을거리

 

-황홀한 감각, 홍자색 박태기나무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반가운 나무들 ②참나무·층층나무·박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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