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인상적이었던 나무 중 하나가 사이프러스(Cypress) 나무였습니다. 가는 곳마다, 세고비아의 예쁜 성 알 카사르에서도,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 주변에서도 이 나무를 볼 수 있었습니다. ^^
이 나무는 길쭉하게 자라는 독특한 모양을 갖고 있습니다. 이 나무 학명은 ‘Cupressus sempervirens’로 나오는데, 국가표준식물목록을 보면 이 나무에 ‘지중해쿠프레수스’라고 이름을 붙여 놓았습니다. 속명인 ‘Cupressus’는 이 나무가 많이 나는 지역, 지중해 섬나라 시프러스(Cypress)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낙우송, 삼나무, 편백, 화백 등이 이 속에 속하니 비슷한 나무들이라 하겠습니다.
유럽에서 사이프러스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에 있는 나무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스페인 여행할 때 보니 이 나무를 유난히 묘지 근처에 많이 심어 놓았다군요. 아래 사진을 봐도 사이프러스 나무가 참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이프러스 나무를 언급하면서 고흐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빈센트 반 고흐는 정신병에 시달리다 1889년 5월 프랑스 남부 생 레미(Saint-Rémy) 정신병원에 입원합니다. 반 고흐는 병원에서 사이프러스 나무를 보았는데,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이 나무는 그에게 위안을 주는 희망의 상징과도 같았다고 합니다. ^^
고흐는 이 나무를 여러 작품 속에 남겼는데, 불 타오르는 듯, 소용돌이치는 듯한 격렬한 붓 터치를 이용해 이 나무를 그렸습니다. 고흐는 1889년 동생 테오에게 이런 편지를 썼습니다. "나는 사이프러스 매력에 푹 빠졌다. 나의 해바라기 그림처럼 지금까지 시도해본 적 없는 새로운 방식의 그림을 창조해낼 것 같기도 하구나. 사이프러스는 마치 이집트 뾰족탑처럼 균형 잡힌 아름다운 나무다."
이후 고흐는 사이프러스가 등장하는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립니다. 위에 소개한 '사이프러스와 별이 있는 길' 외에도 '별이 빛나는 밤', '누런 밀밭과 사이프러스 나무', '두 여인과 사이프러스' 등에도 사이프러스 나무가 등장합니다. 고흐가 프랑스 남부 아를(Arles)에 머물 때 상징이 해바라기였다면, 사이프러스는 생 레미 시기의 그의 심리를 대변하는 매개체라고 합니다. 오늘은 고흐가 사랑한, 지중해 연안에 많은 나무 사이프러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
◇스페인·포르투갈 꽃·나무
-고흐가 사랑한 나무 사이프러스, 지중해 연안에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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