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기준으로 노란 산수유가 말 그대로 절정입니다. 도시에서도 노란색 무더기가 눈에 들어와 보면 거의 어김없이 산수유 꽃이 핀 것입니다. ^^
그런데 산수유꽃에 가까이 가보면 느낌이 좀 달라집니다. 멀리서 보기에는 좋았는데 가까이 가보면 좀 휑한 느낌이 들어서 당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그럴 경우 초점을 어디에 맞추어야할지 모르겠고 결국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더군요. 한마디로 산수유는 사진 찍기가 쉽지 않은 꽃입니다.
이런 산수유 속성을 잘 묘사한 글이 있습니다. 소설가 김훈은 책 ‘자전거 여행’에서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고 했습니다. ^^
하나하나 산수유의 특징을 잘 포착한 명문장입니다. 김훈이 산수유가 피고 지는 것을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 보지 않았다면 이 같은 탁월한 문장이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훈은 목련에 대해서도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라는 절창을 남겼습니다. ^^
산수유 얘기하면서 김종길 시인의 시 ‘성탄제’를 빠뜨릴 수 없겠지요. ^^ 이 시에 어릴 적 열이 났을 때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온 산수유 붉은 알알이 열매가 나옵니다. 산수유는 해열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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