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이 피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습니까? 내 오늘… 그 진기한 소리를 들었소.” MBC 금토드라마 ‘연인’에서 주인공 이장현(남궁민 분)이 유길채(안은진 분)에게 한 얘기입니다. ^^
‘연인’ 첫회에서 이장현이 그네 줄이 끊어져 떨어지는 유길채의 몸을 번쩍 안아 들고, 두 사람의 눈빛이 맞닿았을 때 한 얘기입니다. 유길채를 향한 이장현의 사랑이 시작됨을 암시하는 1회 엔딩이었다고 합니다. ^^
분꽃은 6월부터 피기 시작해 9월 정도까지 한여름 내내 볼 수 있는 꽃입니다. 서울 주택가 등을 지나다 보면 화단이나 화분, 담장가에서 붉은색·노란색·분홍색·흰색 등 다양한 색으로 피어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분(粉)꽃이라는 이름은 화장품을 구하기 어려운 시절 여인들이 씨 안에 있는 하얀 가루를 얼굴에 바르는 분처럼 썼다고 붙인 이름입니다. 영어 이름은 '4시꽃(Four o'clock flower)'인데, 해가 뜨면 꽃잎을 오므렸다가 오후 4시쯤부터 다시 핀다고 붙인 이름이랍니다. ^^
시계가 없던 옛날에 우리 어머니들은 이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저녁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나팔꽃과는 정반대입니다.
어릴적 분꽃이 피는 것을 눈으로 한번 똑똑히 지켜보려고 지키고 있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지켜보고 있으면 꽃이 피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눈독 때문이라고 합니다. ㅎ 그래서 잠시 눈을 떼고 딴 데를 보면 어김없이 분꽃이 핀다고 합니다. ^^
하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분꽃이 피는 소리’를 들었다는 말은 이번에 처음 들었습니다. 달맞이꽃의 경우, 법정스님이 순천 불일암에 머물 때 암자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를 들어주었다는 얘기를 듣긴 했습니다. ^^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졌을 때 무슨 소린들 듣지 못하겠습니까? 아마 사랑에 빠지면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는 물론 ‘분꽃이 피는 소리’도 잘 들리는 모양입니다. ^^
분꽃은 남미 원산의 원예종 식물입니다. 어릴 적 화단이나 장독대 옆에는 맨드라미, 채송화, 봉선화, 나팔꽃과 함께 분꽃 한두 그루가 자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분꽃은 17세기 전후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드라마 ‘연인’의 시대적 배경인 병자호란이 1636~1637년 일어났으니 그 즈음 들어온 것입니다.
◇더 읽을거리
-박꽃·하늘타리·노랑원추리·야래향, 햇님 보고 내외하는 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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