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세 나무는 차례로 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 밤나무입니다. 홍릉수목원에 가면 세 나무를 나란히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이 세 나무는 왜 밤나무라는 이름을 공유할까요? 잎이 비슷하게 생겨서입니다. 나도밤나무와 너도밤나무는 잎이 밤나무 잎처럼 긴 타원형이고 측맥이 발달한 것이 밤나무와 닮았습니다. 이 세 나무가 닮은 것에 대한, 율곡 이이에 얽힌 설화가 전하고 있습니다.
‘율곡 이이가 어렸을 때, 어떤 도사가 지나가다 율곡의 관상을 보더니 호랑이에게 물려죽을 상이라고 했다. 살려면 밤나무 1000그루를 심어야 한다고 했다. 율곡 집안은 그렇게 했다. 뒷날 도사가 다시 찾아와 밤나무를 셌다. 그런데 두그루가 모자라는 998그루였다. 도사가 호랑이로 변해 율곡을 물어가려고 했다. 그때 한 나무가 “나도밤나무다”라고 했고, 옆에 있는 나무에게 “너도밤나무잖아”라고 외치자 호랑이가 물러갔다.’
도사도 속을 정도로 세 나무가 비슷하게 보인 겁니다. ^^ 하지만 나도밤나무는 잎만 밤나무와 비슷한, 밤나무와 전혀 다른 나무라고 합니다. 나도밤나무과에 속하므로 밤나무와는 과가 다른 나무인거죠. 식물에서 과가 다르면 생식기관인 꽃과 열매가 아주 다르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래 나도밤나무 꽃 사진을 보면 밤나무 꽃과 많이 다르지요? 나도밤나무는 충남과 전라도, 제주도에서 주로 자라는 낙엽교목이니 남부 수종입니다.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너도밤나무는 밤나무와 같은 참나무과로, 밤나무와 친척관계인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실제로 아래 사진처럼 밤송이 비슷한 열매가 달리고 그 안에 잣과 비슷하게 생긴 견과가 있는데 구워 먹을 수 있답니다.
너도밤나무는 숲 조성용 또는 관상수로 가능성에 주목을 받고 있는 나무입니다.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은 한 글에서 “유럽의 숲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무가 너도밤나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너도밤나무 숲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식물명에는 ‘너도’ ‘나도’라는 접두사가 흔하게 쓰이는데, 대개 어떤 식물에 비교적 가까우면 ‘너도’가 붙고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식물이면 ‘나도’가 붙습니다. 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의 경우에 딱 맞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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