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영화 ‘브레이브 하트’와 엉겅퀴

우면산 2021. 1. 2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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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EBS에서 영화 브레이브 하트(Brave heart)’를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멜 깁슨, 소피 마르소 얼굴을 본 것도 좋았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를 이끌어가는 꽃을 보는 즐거움도 컸습니다. 그 꽃은 바로 엉겅퀴였습니다. ^^

 

 

이 영화는 스코틀랜드의 전설적 영웅 윌리엄 월리스(William Wallace)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 첫머리에 한 소녀가 잉글랜드군에 아버지와 형을 잃은 주인공 윌리엄 월리스를 위로하며 들판에 지천으로 핀 엉겅퀴꽃을 꺾어 건네는 장면이 나옵니다.

 

'브레이브 하트'에서 소녀가 주인공 윌리엄에게 주기위해 엉겅퀴꽃을 꺾는 장면. /History Buffs 캡처

 

훗날 윌리엄(멜 깁슨 역)은 소녀에게 받았던 엉겅퀴 꽃을 손수건에 고이 싸서 보관하다 프러포즈 의미로 꽃을 돌려줍니다. 예쁜 아가씨로 성장한 소녀(머린)는 그 손수건에 엉겅퀴 꽃을 수놓아 줍니다. 윌리엄은 영주의 초야권 횡포를 피해 머린과 비밀 결혼하는데, 잉글랜드군은 윌리엄을 잡기 위해 머린을 죽입니다.

 

 

이에 분노한 윌리엄은 반란의 선봉에 서고 잉글랜드 지역인 요크까지 함락시키며 잉글랜드를 위협합니다. 그러나 잉글랜드군의 엄청난 무기와 인원에 밀리고 화친 계략에 빠져 사로잡히고 맙니다. 윌리엄은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엉겅퀴 향기가 베인 손수건을 손에 꼭 쥐고 있습니다. 이렇게 엉겅퀴는 영화의 전편에 걸쳐 흐름을 잇는 상징으로 나옵니다. 꽃과 예술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제가 그냥 지나칠 수 없겠지요? ^^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듯이 말이죠.

 

엉겅퀴.

 

엉겅퀴는 스코틀랜드 국화(國花)이기도 합니다. 광활한 스코틀랜드 들판에 지천으로 핀다고 합니다. ‘브레이브 하트에는 나오지 않지만 또 하나 스코틀랜드와 엉겅퀴에 얽힌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바이킹이 스코틀랜드 성을 야밤에 기습 공격했습니다. 그런데 곳곳에 있는 엉겅퀴에 사정없이 찔려 바이킹들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이 비명을 들은 스코틀랜드군이 깨어나 바이킹을 물리칠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후 스코틀랜드인들은 엉겅퀴를 나라를 구한 꽃으로 대접하며 국화로 삼았다고 합니다.

 

엉겅퀴는 진한 자주색 꽃송이에다 잎에 가시를 잔뜩 단 모습이 자못 위용이 있습니다. 이름부터 억센 느낌을 주는 꽃이죠. 꽃에 함부로 다가가면 가시에 찔릴 수 있습니다. 엉겅퀴라는 이름은 엉겅퀴의 잎과 줄기를 짓찧어서 상처 난 곳에 붙이면 피가 엉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꽃을 감싸는 총포에까지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바늘엉겅퀴. 제주도에 많다.

 

엉겅퀴는 마을 주변 야산이나 밭두렁은 물론, 공원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또 공터가 생기면 망초·명아주와 같은 잡초와 함께 어김없이 나타나는 식물이기도 합니다. 가시가 달린 억센 이미지에다 짓밟히면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민중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꽃이고, 그래서 우리 문학 작품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엉겅퀴에 대한 글 더 읽기

 

-엉겅퀴, 가장 야생화다운 꽃 

 

-고려엉겅퀴 뻐꾹채 산비장이 조뱅이 지칭개 구분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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