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 문학의 축복’ 박완서 작가의 별세 10주기입니다. 작가는 2011년1월 22일 담낭암으로 별세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그동안 이 티스토리에 올린 박완서에 관한 글 중 7가지를 정리해 올리는 것으로 추모를 하고자 합니다. ^^
싱아는 박완서 소설의 상징과도 같은 식물입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는 시큼한 여러해살이풀 싱아가 여덟 살 소녀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이150만 부 이상 팔리면서 이제 싱아를 잘 모르는 국민은 있을지 몰라도 싱아를 들어보지 못한 국민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에도 싱아는 쉽게 찾기 어려운 식물입니다. 옛날에는 싱아가 밭 주변이나 하천가 같은 곳에 많았는데, 그런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요즘에는 산에 가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꼬마 박완서가 헤맨 산은 인왕산인데, 인왕산 둘레길에 지금도 싱아 군락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 배경지 주변에 싱아가 있었지만 꼬마 박완서가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내용입니다. ^.^
박완서가 첫사랑을 그린 자전적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에서 주인공이 그 남자네 집을 찾은 결정적인 물증으로 나오는 나무가 바로 ‘보리수’입니다. 이 글은 이런 내용을 소개하면서 보리수나무와 뜰보리수를 구분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보리수나무는 야생이라 주로 산에서 볼 수 있고, 뜰보리수는 공원이나 화단 등 민가 주변에 많이 심어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뜰보리수가 대부분입니다.
박완서 작가의 단편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 행운목 꽃이 나옵니다. 이 소설은 88올림픽이 열린 해 외아들을 잃은 작가가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인데, 행운목 꽃이 죽은 자식을 잊지 못하는 어머니의 아픔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박완서는 생전인 2002년 한 독자모임과 만남에서 “무슨 꽃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분꽃이라고 했습니다. 그 많은 꽃 중에서 왜 분꽃을 가장 좋아할까요?
작가의 산문집 『두부』를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구리 노란집으로 이사한 해 늦은 봄,심지도 않았는데 분꽃이 여봐란듯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반가워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아득한 유년기로부터 나를 따라다니다가 이제야 겨우 현신(現身)할 자리를 얻은 것처럼 느껴져 반갑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다”며 “오랜 세월 잊고 지냈지만 분꽃은 나하고 가장 친하던 내 유년의 꽃”이라고 했습니다.
박완서 단편 「티타임의 모녀」에는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 이 소설은 최고의 대학에다 부잣집 아들 출신인 운동권 남편과 사는 여공 출신 아내의 소외감과 불안을 다룬 소설입니다. 아들을 낳아 서울 변두리 3층집 옥탑방에 살 때가 가장 행복했는데, 그 옥상엔 집주인이 심어놓은 여러 꽃 중에 달맞이꽃도 있었습니다. 이 옥상에서 남편이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를 들으려고 귀 기울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실제로 달맞이꽃 피는 소리가 날까요? ^^
박완서 단편 「거저나 마찬가지」에서 주인공 집 근처에는 ‘꽃이 하얗게 만개해 그윽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때죽나무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거저나 마찬가지’인 삶을 거부하면서 남친 기남에게 아이를 갖자고 하지만 남친은 망설입니다. 주인공은 때죽나무 그늘로 데려가 ‘그의 손에서 길 잃은 피임기구를 빼앗’고 눈을 질끈 감아버립니다. 주인공이 눈을 떴을 때 때죽나무꽃이 보였을까요? 아니면 남친의 웃는 얼굴이 보였을까요? ^.^
◇박완서 소설 무엇부터 읽을까? 10주기에 추천하는 베스트5
작가의 10주기에 즈음해 박완서에 관심있는 독자가 읽으면 좋은 책 5권을 추천하는 글입니다. 5권은 장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장편 ‘그 남자네 집’,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 에세이 선집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그리고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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