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남쪽 여행을 하면서 화개장터 근처에서 백목련이 피기 직전인 것을 보았다. 아래 사진을 보면 며칠 있으면 백목련이 피었다고 할 정도로 꽃봉오리가 벌어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에서도 하얀 꽃잎이 보이기 시작했으니 곧 피어날 것이다.
목련(木蓮)이라는 이름은 연꽃 같은 꽃이 피는 나무라고 붙인 것이다. 봄이면 온갖 꽃들이 피어나지만 겨우내 잘 보이지도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담장 위를 하얗게 뒤덮는 목련이 피어야 진짜 봄이 온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가 도시 공원이나 화단에서 흔히 보는 목련의 정식 이름은 백목련이다. 백목련은 오래 전부터 이 땅에서 자라긴 했지만, 중국에서 들여와 관상용으로 가꾼 것이다.
이름이 ‘목련’인 진짜 목련은 따로 있다. 더구나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자생하는 우리 나무다. 진짜 목련이 중국에서 들어온 백목련에 이름을 빼앗긴 셈이니 억울할 법하다. 더구나 일본에서 부르는대로 ‘고부시(주먹이란 뜻으로, 열매가 주먹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 목련’이라고도 부르니 더욱 서러울 것 같다.
목련은 백목련보다 일찍 피고, 꽃잎은 좀 더 가늘고, 꽃 크기는 더 작다. 백목련은 원래 꽃잎이 6장이지만 3장의 꽃받침이 꽃잎처럼 변해 9장처럼 보인다. 그냥 목련 꽃잎은 6~9장이다. 또 백목련은 꽃잎을 오므리고 있지만, 목련은 꽃잎이 활짝 벌어지는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목련에는 바깥쪽 꽃잎 아래쪽(기부)에 붉은 줄이 나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일반인 입장에서 굳이 목련과 백목련을 구분해 부를 필요는 없을 듯하다. 자주색 꽃이 피는 목련도 두 종류가 있다. 꽃잎 안팎이 모두 자주색인 목련을 자목련, 바깥쪽은 자주색인데 안쪽은 흰색인 목련은 자주목련이라 부른다.
김훈이 에세이집 ‘자전거여행’에서 목련이 피고 질 때를 묘사한 글은 압권이다. 목련이 피는 모습을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고 했다. 이어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며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이라고 했다.
박완서 작가도 산문집 ‘호미’에서 노란집을 지을 때 목련을 없애려 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목련이) 꽃이 질 때 산뜻하게 지지 못하고 오래도록 갈색으로 시든 꽃잎을 매달고 있는 게 누추해 보여 안 좋아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어떻든 김훈은 목련이 피고 지는 것을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 보지 않았다면 이 같은 묘사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김훈이 쓴 대로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 꽃잎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이미 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활짝 벌어지지 않는 것은 목련(정확히는 백목련)의 특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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