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콜라비,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케일, 브루셀(Brussels)...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모양도 다양하고 맛도 다른 것 같은 이 채소들은 놀랍게도 모두 하나의 식물, 야생 겨자의 품종을 개량해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
지난 11일 카오스 식물 강연 9강은 포스텍 생명과학과 최규하 교수의 ‘식물 유전학과 육종의 역사’였습니다. 이 강연을 들으면서 배추, 콜라비,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케일, 브루셀의 조상이 같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조상이 같은 정도가 아니라 같은 종에서 나온 품종들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정리해놓은 것이 아래 그림입니다. ^^
그 종은 바로 야생 겨자 식물 ‘Brassica oleracea’입니다. 이 하나의 종에서 인류가 어떤 부위가 발달한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채소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 야생 겨자 식물에서 꽃봉오리와 줄기가 큰 것을 계속 선택한 결과가 요즘 우리가 보는 브로콜리를 만들었다는 식입니다. ^^
인류는 무엇을 선택했을까요? 그 대상은 자연변이입니다. 그러니까 야생 겨자는 꽃봉오리가 큰 것, 잎이 큰 것 등 조금씩 자연변이를 하는데, 필요에 따라 꽃봉오리가 큰 것을 골라 심고, 그 중에서 또 꽃봉오리가 큰 것을 골라 심는 것을 오랜 시간 반복한 결과 오늘날 브로콜리가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
같은 방식으로 야생 겨자에서 잎이 좋은 것(그 중에서 속이 단단하게 뭉치는 것)을 계속 선택한 것이 배추, 꽃봉오리가 좋은 것을 계속 선택한 것이 콜리플라워, 줄기가 좋은 것을 계속 선택한 결과가 콜라비, 잎이 좋은 것을 선택한 것이 케일, 잎 새싹이 좋은 것을 선택한 것이 브루셀(또는 브러쉘, Brussels Sprouts)이라는 것입니다. ^^
또 하나 놀라운 것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배추, 순무, 흑겨자는 유전체가 2배체입니다. 그런데 배추와 순무가 합쳐지면 4배체인 유채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제주도에 그 많은 유채는 배추와 순무가 합쳐져 나온 식물인 것입니다. ^^ 같은 방식으로 흑겨자와 배추가 합쳐져 고먼(Brassica carinata), 흑겨자와 순무가 합쳐져 갓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것을 우장춘 박사가 발견해 ‘우장춘 트라이앵글’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
마지막으로 식물을 육종하는 방법들입니다. 전에는 우수한 작물끼리 교배하거나 돌연변이로 좋은 품질을 가진 종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육종을 했습니다. 그러나 근래에는 유전자변형생명체(또는 형질전환, GMO) 기술을 쓰고 요즘은 ‘유전자 가위’로 원하는 작물을 만들어내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필요없는 유전자는 잘라내고 필요한 유전자를 붙이는 식이죠. GMO는 외부 유전자를 주입하는 것이지만 유전자 가위는 해당 세포가 갖고 있던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 염기 서열 일부를 바꾸는 기술입니다.
◇더 읽을거리
-식물은 사람과 어디까지 소통할 수 있을까? 카오스 식물 강연 5강
-매화·수선화·유채꽃, 제주도 꽃소식 전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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