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남 하동군 평사리 최참판댁에 다녀왔습니다. 소설 ‘토지’의 무대를 재현해놓은 곳입니다. 평사리 최참판댁에 핀 꽃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 >
오늘은 소설에 나오는 꽃들입니다. 우선 최참판댁 사랑 담장엔 능소화가 피어 있었습니다. 능소화는 최참판댁 상징과 같은 꽃입니다. 능소화는 상민들이 근접할 수 없는 ‘양반꽃’이었습니다. 최참판댁에도 당연히 능소화가 있고 소설 ‘토지’에도 능소화가 자주 나옵니다. 예를 들어 최치수가 구천이와 마주치는 장면에도 능소화가 나옵니다.
<미색인가 하면 연분홍 빛깔로도 보이는 능소화가 한창 피어 있는 유월, 담장 밖이었다. 비가 걷힌 돌담장은 이끼 빛깔로 파아랗게 보이었다. 담장을 기대고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능소화, 치수는 초당에서 내려오다가 구천이를 보았다. 그는 넋을 잃고 서 있었다. 치수가 가까이까지 갔을 때도 인적기를 모르는 듯 능소화 옆에 서 있었다.>
최참판댁 사랑에 능소화가 피어 있어서 구천이, 이동진, 용이 등이 최참판댁을 떠올릴 때 능소화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설에 나오는대로 평사리 최참판댁에도 능소화가 사랑 담장에 피어 있었습니다. ^^
별당아씨와 서희가 사는 별당 담장에는 해당화를 심어 놓았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꽃은 지고 없었습니다. 대신 담장가 해당화 너머로 별당 연못과 수양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 ‘토지’는 일본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감격한 서희가 해당화 가지를 휘어잡고 주저앉는 장면으로 대미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이, 이 일본이 항복을 했다 합니다!"
"뭐라 했느냐?"
"일본이, 일본이 말예요, 항복을, 천황이 방송을 했다 합니다."
서희는 해당화 가지를 휘어잡았다. 그리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이냐…”
속삭이듯 물었다. 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다음 순간 모녀는 부둥켜안았다.>
별채 마당에는 도라지를 심어 놓았습니다. 도라지 꽃은 6~8월 보라색 또는 흰색으로 피는데, 별처럼 다섯 갈래로 갈라진 통꽃이 기품이 있으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소설 ‘토지’에도 도라지꽃이 가끔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7월 백중날 월선이가 재를 올리기위해 섬진강 건너 선혜사를 찾았을 때 ‘산사 뜨락의 도라지꽃 달맞이꽃, 창백한 꽃들은 애잔하게 고개를 쳐들며 혹은 엷게 스치는 바람에 흔들리고 나무 그림자도 흔들리고 개울물 흐르는 소리, 부엉이 울음이 들려온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안채 화단에는 석류가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토지’에서 봉순네가 김서방댁과 나누는 대화에 석류꽃이 나옵니다. ^^ 봉순네는 석류 빛깔 다홍치마를 입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우째서 모두 내 말이라 카믄 노내기 챗국겉이 그리 싫어하노. 그런데 니 석류꽃은 머할라꼬 줏노?"
"아까바서 줏소."
"아깝다니 그기이 어디 쓰이나?"
"멍도 안 들고, 시들지도 않고 우찌나 이쁜지." (중략)
"사십이 넘은 제집이 그래 그 꽃 가지고 사깜 살 것까?"
"애기씨 줄라꼬요. 바구니에 수북이 담아놓으니께 볼만 안 하요? 이런 빛깔 다홍치마가 있다믄 한 분 입어보고 싶소.">
소설에 ‘안채와 별당 사이에 서 있는 한그루 팽나무 속에서 오는 걸까. 찢어지게 공간을 흔들며 매미가 운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평사리 최참판댁에는 사랑과 행랑채 사이에는 비교적 큰 팽나무가 두 그루 있었습니다. ^^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창원 북부리 팽나무처럼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근사한 팽나무들이었습니다. ^^
◇더 읽을거리
-“해당화는 이 가슴 속에서...” 사랑의 꽃 해당화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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