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자라는 상록활엽수 녹나무는 키 40m, 밑동 둘레가 4m 넘게까지, 매우 크게 자라는 나무 중 하나다. 남부 수종을 공부할 때 자주 마주치는 나무다. ^^ 오늘은 이 녹나무를 구분하는 포인트에 대한 것이다.
녹나무과는 녹나무는 물론 후박나무, 비목나무, 새덕이, 육박나무, 생달나무, 생강나무, 털조장나무, 감태나무, 센달나무, 참식나무, 까마귀쪽나무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 나무들이 비슷비슷해 제주도 상록수를 구분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 그나마 녹나무는 뚜렷한 구분 포인트들이 있다.
전에는 제주도에 자생하는 녹나무가 많았는데 요즘엔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대신 이 나무를 제주시 등에 가로수로 심어 놓았고 공원 등에 가면 꽤 많이 볼 수 있다. 녹나무는 현재 제주시 가로수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도만 아니라 전남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도 자생한다.
제주도 가로수 중에서 회갈색 나무껍질이 세로로 갈라지는 나무가 있으면 녹나무라고 봐도 무방하다. 언뜻 잎 모양, 수피 등 전체적인 모습이 살구나무 같다는 인상을 준다. 한라수목원에 이 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여러 번 가서 관찰했지만 큰 나무여서 잎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서귀포 걸매생태공원 등에 가보니 이 나무를 많이 심어놓았고 잎이 눈높이까지 내려온 나무가 많아 정말 반가웠다.
녹나무는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잎에 뚜렷한 3주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녹나무속인 생달나무, 참식나무속인 참식나무와 새덕이도 3주맥이다. 이중 녹나무는 아래 사진처럼 잎 아래 주맥과 측맥이 만나는 곳에 샘점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관찰하기로는 녹나무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이 샘점이 있는지 보는 것이다. ^^
녹나무라는 이름은 어린나무의 줄기가 녹색을 띠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그러니까 수피가 세로로 갈라지고, 어린 가지가 녹색이고, 잎이 뚜렷한 3주맥에 샘점이 있으면 녹나무라고 할 수 있겠다. 4~6월 연한 녹색의 꽃이 피어서 가을에 지름 1㎝ 정도인 둥글고 까만 열매가 달린다.
녹나무는 일본·중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중에 ‘녹나무의 파수꾼’이란 제목의 소설이 있다. 주인공이 ‘월향신사’라는 곳의 녹나무를 지키는 일을 맡는데, 그 녹나무는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러 오는 이른바 영험한 나무다.
녹나무 향기는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가지나 잎, 뿌리에서 추출한 정유를 장뇌(camphor)라고 하는데, 살충제, 방부제, 인조향료의 원료, 비누향료, 구충제 등으로 널리 쓰인다고 한다. 그런데 제주도에서는 녹나무의 향이 귀신을 쫓는다고, 제사 때 조상의 혼백조차 접근할 수 없다고 무덤가나 집 근처에 심지 않았다고 한다. ^^
하지만 목재의 무늬와 색깔이 아름답고 목재 속에 들어 있는 정유 성분 때문에 오래 지나도 잘 썩지 않아 악기나 고급가구를 만드는데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한 송나라때 만든 해저 유물선의 재질도 녹나무였다고 한다. ^^
◇더 읽을거리
1. 제주도 가로수, 후박나무 먼나무 구실잣밤나무 담팔수 돈나무
2. 제주도 길거리꽃, 털머위 수선화 유리오프스 태양국 서양금혼초
3. 제주도 해안가 꽃, 해국 갯국 갯쑥부쟁이 산국 팔손이
4. 관광객 부르는 제주도 효자나무들 ^^ 비자 동백 삼나무 편백 왕벚나무
'나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르투갈에서 코르크참나무·유칼립투스에 놀라다 (19) | 2023.03.14 |
---|---|
연노랑 삼지닥나무 꽃 새봄을 알리다 ^^ (29) | 2023.03.10 |
월계수잎 향기를 맡다 ^^ (32) | 2023.03.01 |
오렌지나무가 가로수인 나라 ^^ (38) | 2023.02.27 |
고흐가 사랑한 나무 사이프러스, 지중해 연안에 많아요 ^^ (22) | 2023.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