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특히 일제강점기에 대량 재배한 수생식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요즘엔 연못 자체가 줄면서 제주도와 강원도 동해안 일부 지역 등 10곳 정도에서만 자라는 귀한 식물이 됐습니다.
얼마 전 순채를 보러 강원도 동해안에 갔다가 꽃은 못보고 잎만 보고 왔습니다. ㅠㅠ 순채가 자생하는 호수에 오후 2시쯤 도착했더니 꽃은 이미 다 수면 아래로 내려가 버린 것입니다.
동글동글한 타원형 순채 잎이 바람에 유유히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 완전히 자란 잎은 갈라지는 부분이 없는 타원형입니다. 마치 방패 모양으로 생겨 순채의 영어 이름이 ‘Watershield’입니다. ^^
순채는 어항마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 분포합니다. 잎이 피려고 할 때 어린잎과 어린 꽃송이는 우무(끈끈한 물질)질의 투명하고 말캉거리는 물질로 덮여 있습니다. 이 부분을 약으로 쓰거나 순채국으로 끓여 먹는다고 합니다. 예로부터 산에서는 송이, 밭에서는 인삼, 물에서는 순채를 제1의 건강식으로 꼽았다고 합니다. ^^
그런데 순채 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정오~오후 1시쯤 인어공주처럼 물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 한번 들어간 순채 꽃은 다음날 아침에나 다시 나옵니다.
더구나 순채는 이틀에 걸쳐 꽃이 핀다고 합니다. 첫날엔 암술이 성숙한채 피었다가 오후에 가라앉습니다. 그 다음날은 수술이 가득한 꽃잎을 펼쳤다가 역시 오후에 가라앉습니다. 자가수정(암술이 같은 식물체 꽃가루를 받아 수정하는 것)을 막기위해 암술과 수술이 시차를 두고 성숙하는 것입니다.
꽃이 일정한 주기로 피었다 졌다를 반복하는 것을 수면운동(睡眠運動)이라고 합니다. 꽃이 계속 피어 있으면 에너지 효율이나 위험 노출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수면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다 수분 매개체가 활동하는 시간에 맞추어 꽃이 피는 것입니다. 그런데 순채 꽃은 인어공주처럼 아예 물에 잠겼다가 상승하기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여러가지로 신기한 순채 꽃입니다. ^^
◇더 읽을거리
-시흥 관곡지, 연꽃테마파크에 핀 꽃들① 연꽃·수련·부레옥잠·워터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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