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고마리 보면 떠오르는 ‘토지’ 임이네

우면산 2023. 9. 1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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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오른 산 입구 습지에는 고마리 꽃이 한창이었습니다. 요즘 어디나 물이 있거나 좀 습하다 싶은 곳엔 고마리가 한창입니다. 고마리를 보면 박경리 대하소설토지에 나오는 임이네가 떠오릅니다. ^^

 

소설토지에서 임이네가 없으면 소설을 읽는 재미가 상당히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설 1부에서 3부까지 임이네의 역할이 적지 않은데다 강렬하기 때문입니다. ^^

 

지난 주말 고마리 모습.

 

칠성이의 아내 임이네는 젊은 시절매우 건강하고 이쁘게 생긴 여자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젊은 시절 얘기입니다. 남편을 잘못 만났고, 시대를 잘못 만나 삶이 피폐해져서일까요? 남편 칠성이가 최참판댁 당주 최치수를 교살하는데 참여한 혐의로 죽은 이후 임이네는 악인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임이네는 온갖 일을 겪으면서도 다시 일어섭니다. 남편이 잡혀간 후 평사리에서 야반도주했다가 온갖 고초를 겪은 다음 다시 평사리로 돌아와 용이와 같이 사는 것입니다. 다음은 용이와 같이 살 때 임이네를 묘사한 장면입니다.

 

<한 집에서 한 이부자리 속에 지낸 것도 벌써 사 년이 지나갔다. 칡넝쿨같이 줄기찬 생활력과 물가의 잡풀같이 무성한 생명력을 지닌 임이네, 식욕과 물욕과 성욕이 터질 듯 팽팽한 살가죽에 넘쳐흐르듯 왕성한 임이네는 대지에 깊이 뿌리박은 여자, 풍요한 생산(生産)의 터전이라고나 할까. (중략) 그러나 용이는 홍이를 얻은 뒤 다시 자식을 바라지 않았다.> (4 122)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고마리 무리.

 

작가는 임이네를 물가의 잡초라고만 표현했습니다. 물가의 잡초 중에서 어떤 잡초가 임이네에 가장 잘 어울릴까요. 소설을 읽으면서 고마리가 떠올랐습니다. 고마리는 생명력이 왕성한 물가의 잡초이면서 꽃이 피면 상당히 예쁜 식물입니다. 임이네에 딱 어울리는 것입니다. 작가가 고마리를 알았다면 고마리라고 특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

 

고마리는 마디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적으로 개울가·도랑 등 물가나 습지에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풀입니다. 너무 흔해서 잘 눈여겨보지 않는 풀이기도 합니다. ㅎ

 

고마리.

 

여름엔 무성한 잎만 보이다가 9월 들어서면 예쁜 꽃까지 하나 둘씩 피기 시작하는데 흰색 바탕에 끝이 분홍빛이 살짝 도는 것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고마리는 잎의 모양이 아주 개성 있습니다. 손가락 정도의 길이인데, 로마 방패 모양이라 잎만 있어도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

 

다만 고마리는 제 욕심만 채우는 임이네와는 달리, 다른 식물과 세상을 위해 수질을 정화해주는 고마운 식물입니다. 수질 정화 기능으로 물을 깨끗하게 하고, 예쁜 꽃으로 우리 눈까지 정화하는, 고마운 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더 읽을거리

 

-고마운 풀 고마리, 수질 정화에 안구 정화까지 

 

-아름다워라,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에 핀 꽃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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