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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27

능소화, 박완서 소설에서 가장 강렬한 꽃 피다

서울에도 능소화가 피기 시작했다. 주택가, 공원에서 벽 등 다른 물체를 타고 오르면서 나팔 모양 주황색 꽃을 피우는 것이 있다면 바로 능소화다. 경부고속도로, 올림픽대로의 방음벽이나 방벽, 남부터미널 외벽에도 연주황색 능소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흔히 볼 수 있어서 잘 모르는 사람도 꽃 이름을 알면 “아, 이게 능소화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박완서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 능소화는 여주인공 현금처럼 ‘팜 파탈(femme fatale)’ 이미지를 갖는 화려한 꽃으로 등장하고 있다. 능소화가 ‘무수한 분홍빛 혀’가 되기도 하고, ‘장작더미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되기도 한다. 박완서 소설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꽃을 고르라면 단연 『아주 오래된 농담』에 나오는 능소화다. 그 다음이..

꽃이야기 2020.06.18

양버들은 싸리 빗자루, 미루나무는 부채 모양

서울 한강에 있는 선유도공원은 해마다 몇 번씩 가는 곳입니다. 다양한 식물이 살아 식물 공부하기에 좋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양화한강공원, 그러니까 선유교를 건너 선유도공원에 들어서면 바로 전망대인데,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는 미루나무와 양버들을 비교하며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싸리 빗자루 모양 양버들은 전망대 주변에 있고, 옆으로 퍼진 부채 모양 미루나무는 전망대에서 우측 계단으로 내려가면 바로 줄지어 있습니다. 미루나무는 생장이 빠른 점 때문에 일제시대 이후 신작로를 만들 때 가로수로 심은 나무입니다. 버드나무과 나무라 하천변 등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랍니다. 원래 이름은 미국에서 들여온 버드나무라는 의미로 미류(美柳)나무였는데, 발음하기 어려운 ‘류’를 ‘루’로 바꾼 미루나무가 표준어로 자리..

꽃이야기 2020.06.17

[꽃맹 탈출] 메꽃은 우리꽃, 나팔꽃은 귀화종

“우리는 어려서부터 삼시 밥 외의 군것질거리와 소일거리를 스스로 산과 들에서 구했다. 삘기, 찔레순, 산딸기, 칡뿌리, 메뿌리, 싱아, 밤, 도토리가 지천이었고.” 박완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중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대목입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식물 중에서 주로 싱아가 주목을 받았는데, 오늘은 메뿌리, 그러니까 메꽃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메뿌리는 무엇일까요. 나팔꽃과 비슷한 꽃으로 우리 고유종인 메꽃이 있는데, 메꽃의 뿌리를 ‘메’라고 했습니다. 메에는 전분이 풍부해 기근이 들 때 구황식품으로 이용했답니다. 메뿌리를 생으로 먹으면 단맛이 돌고, 쪄서 먹으면 군밤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하는데, 실제로 먹어보지는 못했습니다. 마침 막 메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말 자전거..

꽃이야기 2020.06.09

박완서 동화 ‘자전거 도둑’에 나오는 보리밭

어제 서울 한강공원 난지지구를 지나다 본 보리밭입니다. ^^ 지난주에만 해도 아직 푸릇푸릇하더니 막 누렇게 익기 시작했습니다. 박완서 동화 「자전거 도둑」이 생각나서 몇장 담았습니다. 이 동화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돈과 요령만 밝히는 어른들 틈에서 자신을 지켜나가려고 하는 열여섯 살 수남이의 성장 일기입니다. 주인공 수남이는 시골에서 상경해 청계천 세운상가 전기용품 도매상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수남이가 고향을 그릴 때 생각하는 이미지는 ‘바람이 물결치는 보리밭’입니다. 그가 일하는 가게 골목에 심한 바람이 불자 수남이는 시골 풍경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주인 영감은 바람이 심하게 부는데도 배달을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배달 나갔을 때 자전거가 바람에 넘어져 옆 자동차에 약간의 상처를 냈습니다..

꽃이야기 2020.05.31

꼬마 박완서가 애타게 찾은 싱아를 만나다 ^^

서울 인왕산 둘레길에서 본 싱아입니다. 그러니까 서울 매동초등학교 근처에서 본 것이지요. ^.^ 꼬마 박완서가 찾아 헤맨 싱아입니다. ^.^ 싱아는 박완서 소설의 상징과도 같은 식물입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는 시큼한 여러해살이풀 싱아가 여덟 살 소녀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이 150만부 이상 팔리면서 이제 싱아를 잘 모르는 국민은 있을지 몰라도 싱아를 들어보지 못한 국민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코흘리개 시절부터 스무 살 대학생으로 6·25를 겪기까지 과정을 담은 소설입니다. 작가는 여덟살때 교육열에 불타는 엄마 손에 이끌려 상경해 국민학교에 입학합니다. 매동초등학교지요. 고향에서 마음껏 뛰놀던 소녀가 갑자기 서울 현저동 산동네..

꽃이야기 2020.05.23

"요즘 대세"…붓꽃 꽃창포 노랑꽃창포 창포

오늘은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를 읽어보면서 요즘 주변에 흔한 붓꽃, 꽃창포, 노랑꽃창포, 창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박완서 작가의 수필집 『노란집』에는 ‘봄의 끄트머리, 여름의 시작’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작가가 노년을 보낸 구리 아치울마을 노란집 마당과 주변에 핀 꽃들 이야기인데, 심지 않았는데 저절로 자라 핀 꽃 중엔 붓꽃과 창포도 있었다고 썼습니다. 그 대목을 한번 보겠습니다. 글에는 붓꽃과 창포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보라색과 노란색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붓꽃과 노랑꽃창포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는 꽃입니다. 창포도 물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지만, 꽃자루 중간에 손가락 모양의 길쭉한 꽃차례가 달리는 식물이라 집에서 자라기는 힘들 것입니다. 단오날 여인들이 잎을 끓여 머리를..

꽃이야기 2020.05.20

누워서 보면 더 예쁜 때죽나무꽃

지난 주말 홍릉수목원에서 누워서 본 때죽나무꽃입니다 ^.^ 왜 누워서 보았느냐고요? 박완서 단편 「거저나 마찬가지」에서 주인공 집 근처에는 ‘꽃이 하얗게 만개해 그윽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때죽나무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거저나 마찬가지’인 삶을 거부하면서 남친 기남에게 아이를 갖자고 하지만 남친은 망설입니다. 주인공은 때죽나무 그늘로 데려가 ‘그의 손에서 길 잃은 피임기구를 빼앗’고 눈을 질끈 감아버립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내 눈높이로 기남이의 얼굴이 떠오르든 때죽나무 꽃 가장귀가 떠오르든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 눈에 사진과 같은 장면이 아닌, 남친의 웃는 얼굴이 보였기를 바라봅니다. ^.^ 굳이 ‘때죽나무 아래’인 것은 작가가 소설에 배치한..

꽃이야기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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