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능소화가 피기 시작했다. 주택가, 공원에서 벽 등 다른 물체를 타고 오르면서 나팔 모양 주황색 꽃을 피우는 것이 있다면 바로 능소화다. 경부고속도로, 올림픽대로의 방음벽이나 방벽, 남부터미널 외벽에도 연주황색 능소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흔히 볼 수 있어서 잘 모르는 사람도 꽃 이름을 알면 “아, 이게 능소화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박완서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 능소화는 여주인공 현금처럼 ‘팜 파탈(femme fatale)’ 이미지를 갖는 화려한 꽃으로 등장하고 있다. 능소화가 ‘무수한 분홍빛 혀’가 되기도 하고, ‘장작더미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되기도 한다. 박완서 소설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꽃을 고르라면 단연 『아주 오래된 농담』에 나오는 능소화다. 그 다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