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족음악극 ‘한여름 밤의 꿈’을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보았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온 가족이 볼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재구성한 연극이었는데, 이 연극을 보다가 팬지가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
학창시절 원작은 아니었더라도 ‘한여름 밤의 꿈’을 읽은 것 같은데 이 희곡에 팬지가 주요 소재로 나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었으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진작 소개했을 겁니다. ^^ 뒤늦게나마 오늘 ‘한여름 밤의 꿈’에서 팬지가 어느 대목에 나오고 희곡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은 젊은 남녀 두 쌍이 사각관계로 소동을 벌이는 내용의 낭만희극입니다. 헬레나와 드미트리어스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드미트리어스가 헬레나의 친구 허미아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허미아의 연인 라이샌더는 갑자기 헬레나를 사랑하게 되는 식입니다.
여기서 팬지가 등장합니다. 팬지는 원래 순백의 꽃이었으나 사랑의 상징 큐피드가 쏜 화살을 맞아 상처를 입고 보라색으로 변합니다. 큐피드의 화살을 맞았기 때문에 그 꽃 즙을 짜서 눈에 발라주면 그 사람이 눈을 뜨자마자 처음 보는 사람을 무조건 사랑하게 된답니다. ^^
요정들의 왕 오베론은 장난꾸러기 퍽에게 이런 내용을 설명하면서 부부싸움 중인 아내 티타니아를 골탕 먹이기 위해 팬지꽃을 꺾어오라고 합니다. 이 꽃을 꺾어온 퍽이 실수로 젊은 남녀 두쌍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지만 결국 제대로 정리정돈하고 오베론 왕도 티타니아와 화해하는 내용입니다. 이 정도면 팬지가 핵심 역할을 맡은 것 아닌가요? ^^
팬지는 유럽 원산의 제비꽃을 개량한 것으로, 겨울 찬 바람이 가시자마자 등장하는 꽃입니다. 서울 광화문의 경우 빠르면 2월말, 늦어도3월 초에 등장합니다. 여러 가지 색깔로 개량했지만, 흰색·노란색·자주색 등 3색이 기본색이라 삼색제비꽃이라고도 부릅니다. 꽃잎은 5개인데 잎모양이 각각 다른 것이 특징입니다.
팬지(Pansy)라는 이름은 불어의 '팡세' 즉 명상이라는 말에서 온 것이라고 합니다. 꽃 모양이 명상에 잠긴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고 붙여졌다고 합니다. 초봄 광화문 등 서울 도심은 팬지로 뒤덮입니다. 그리고 팬지를 봐야 긴 겨울이 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 오늘은 초봄을 대표하는 꽃 팬지가 셰익스피어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팬지 관련해 더 읽을거리
-팬지 페튜니아 메리골드 베고니아 제라늄, 5대 길거리꽃부터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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