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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나무는 갈매나무, 꽃은 ○○○꽃 ^^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 마지막 부분엔 '바구지꽃'이 나옵니다. 여기서 ‘바구지꽃’은 어떤 꽃일까요? 2007년 나온 책 ‘방언 이야기’에 들어있는, 유종호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논문 ‘시와 방언’엔 박구지꽃을 박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유 교수는 이 글에서 ‘두 말할 것도 없이’ 바구지꽃은 박꽃을 가리킨다고 했습니다. ^^ 바구지꽃은 백석의 다른 시 ‘야우소회(夜雨小懷)’란 시 끝부분에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백석 평전’을 쓴 안도현 시인은 ‘흰 바람벽이 있어’에 나오는 ‘바구지꽃’은 박꽃이 아니라 미나리아재비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백석의 다른 시 ‘박각시 오는 저녁’에 나오는 ‘바가지꽃’은 박꽃이 맞지만, ‘바구지꽃’은 미나리아재비꽃이라는 것입니다(한겨레신문 2013년 기고). 흰 ..

꽃이야기 2024.01.21

치자꽃 이름 어디서 유래했을까

지난 주말 제주도에 갔다가 오설록 티뮤지엄 화단에서 치자나무 열매를 보았습니다. 초여름에 피는 치자꽃은 신선하면서도 달짝지근한 향기를 갖고 있는 것이 매력이지만 열매도 개성만점입니다. ^^ 치자나무는 꼭두서니과에 속하는 상록 작은키나무입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가 아니라 중국이 원산지입니다. 제주도 등 남쪽 지방에 가면 밖에서도 잘 자라지만, 중부지방에서는 밖에서 겨울의 추위를 이기지 못해 화분에 심어 가꾸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 피는 꽃은 꽃잎이 대개 6개로 갈라지는데, 꽃 색깔은 약간의 우윳빛이 나는 듯한 흰색이고, 꽃잎이 좀 두텁습니다. 꽃은 흰색이다가 점점 노래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은 치자나무 열매입니다. 가을에 익는, 주홍색의 껍질을 가진 열매는 우..

나무이야기 2024.01.19

유리오프스·태양국·유채꽃, 지금 제주도는 노랑노랑

유리오프스, 태양국, 유채꽃. 여기에 노랑 팬지 등까지... 지금 제주도는 노란색 천지입니다. ^^ 요즘 제주도는 벌써 유채꽃이 한창입니다. 유채꽃은 제주도의 봄을 상징하지만, 1월인데도 곳곳에서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유채는 배추와 양배추가 결합해 생긴 자손입니다. 1935년 우장춘 박사가 실험으로 이를 증명했습니다. 당시까지 다윈 진화론은 이종교배로 새로운 종 나올 수 없고 자연선택의 결과로만 탄생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수정한 결과였다고 합니다. ^^ 제주 시내와 일주도로 등에선 길 양쪽으로 노란색 꽃이 끝도 없이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풀이 아니라 나무인데, 아래 사진처럼 녹색 잎에 눈가루를 살짝 뿌린 듯 은빛이 나는 것이 특징인 유리오프스(Euryops)입니다...

꽃이야기 2024.01.16

별꽃·광대나물·큰개불알풀, 한겨울인 요즘에도 피는 꽃들

한겨울인 요즘에도 피는 꽃도 있을까요? 이름 자체에 겨울이 들어 있는 동백꽃은 빼고... 남부지방에만 가도, 운이 좋으면 서울에서도 1월에 별꽃(쇠별꽃 포함), 광대나물, 큰개불알풀 등 이른봄 꽃들이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야생화동호회 모임인 ‘인디카’에서 펴낸 책 ‘오늘 무슨 꽃 보러 갈까?’에도 별꽃과 쇠별꽃은 1월3일, 광대나물은 1월6일, 큰개불알풀은 1월13일 피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이 최초 개화 일자를 기준으로 편집한 것을 감안할 필요는 있습니다. ^^ 요즘 햇볕이 잘 들고 습기도 적당한 곳에서 푸릇푸릇한 별꽃·쇠별꽃 무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한겨울인데도 어쩌다 작은 하얀 꽃도 피어 있습니다. 별꽃은 쇠별꽃과 함께 전국의 집 근처, 산기슭, 길가 등 약간 습한..

꽃이야기 2024.01.09

사루비아? 샐비어? 깨꽃 ^^ 미스트롯3를 보다가...

지난 4일 밤 미스트롯3 2라운드를 보는데 ‘아! 사루비아’라는 노래가 나왔습니다. 오늘은 사루비아 혹은 샐비어(깨꽃) 이야기입니다. ^^ 이날 1라운드에서 진으로 뽑힌 배아현 등으로 구성된 현역부 A조는 방실이 노래 ‘아! 사루비아’를 선곡해 정열의 플라멩코 춤을 추면서 불러 올하트를 받았습니다. 사루비아는 해태제과의 과자 이름이기도 하고 식물 ‘깨꽃(샐비어)’의 일본식 이름이기도 합니다. ^^ 깨꽃은 브라질이 원산지인 꿀풀과 식물입니다. 여름에 꽃대가 나오면서 붉은 꽃이 차례로 피는데, 어릴적 이 꽃잎을 빨아먹은 기억이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깨꽃엔 꿀이 많이 들어 있어서 꽃잎을 빨면 단맛이 납니다. ^^ 자세히 보면 꽃잎의 아래쪽은 통 모양으로 전체를 감싸고 위쪽은 두갈래로 갈라져 벌린 입술처럼..

꽃이야기 2024.01.07

생전 장례식 치른 할머니가 좋아한 꽃, 도라지꽃

“죽은 뒤에 몰려와서 울고불고한들 무슨 소용이야? 살아 있을 때 한번 더 보는게 낫지.” 홍민정 작가의 장편동화 ‘모두 웃는 장례식’에 나오는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돌아오는 자신의 75번째 생일에 생전 장례식을 치러겠다고 한다. 할머니는 유방암 암세포가 온몸으로 전이돼 시한부 판정을 받은 터였다. 이 동화책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윤서다.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엄마가 일하는 상하이로 떠날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런데 할머니가 편찮아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와중에 할머니가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했다. 할머니 슬하 4남매가 너무 놀라다 할머니 부탁을 받아들이는 과정, 생전 장례식을 준비하는 과정 등이 담겨 있다. 윤서도 할머니가 일한 시장 사람들의 육성을 영상으로 담는 등 생전 장례식..

책이야기 2024.01.05

참닻꽃·한국앉은부채·울릉솔송나무, 이름에 사족 붙은 식물들

식물을 공부하다보면 이름에 사족(蛇足)이 붙었다는 느낌을 주는 식물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식물 몇가지를 소개합니다. ^^ 먼저 참닻꽃(Halenia coreana). 원래 국내 자생 식물인 이 꽃 이름은 닻꽃이었습니다. 닻꽃은 우리나라만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에도 분포합니다. 그런데 2020년 유전자(DNA) 분석 결과, 화악산 등 국내에 자생하는 닻꽃은 우리나라에만 사는 신종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학명과 국명이 기존 ‘닻꽃(Halenia corniculata)’에서 '참닻꽃(Halenia coreana)'으로 변경됐습니다. 참닻꽃은 닻꽃보다 거(距·꽃뿔)가 더 길고 좁으며 안으로 굽는다고 합니다. 문제는 신종을 등록하면서 국내 닻꽃을 참닻꽃으로, 중국·일본에 있는 닻꽃을 그냥 닻..

꽃이야기 2024.01.03

'우면산의 야생화저널', 올해 월별 베스트글 모음

올해 ‘우면산의 야생화저널'을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올해 마지막날, 월별로 가장 방문자 수가 많은 포스팅을 정리하면서 한해를 마무리하겠습니다. ㅎ 1월 이름이 가장 궁금한 꽃 100가지 ② https://sleepingcow.tistory.com/500 2월 변산바람꽃 피었을까? https://sleepingcow.tistory.com/714 3월 이름이 가장 궁금한 꽃 100가지 ① https://sleepingcow.tistory.com/499 4월 진달래 철쭉 산철쭉 영산홍 구분해볼까요 [꽃맹탈출] https://sleepingcow.tistory.com/293 5월, 6월 개양귀비 천지, 진짜 양귀비는 어떻게 생겼나? https://sleepingcow.tistory.com/19 7..

꽃이야기 2023.12.31

이제 민들레를 민들레라 부르세요 ^^

이제 토종 민들레를 민들레라고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부를 수 없었느냐고요? 그렇습니다. 2년 가까이 토종 민들레를 정확하게 부르려면 ‘털민들레’라고 불러야했습니다. 오늘은 되찾은 민들레 이름 이야기입니다. ^^ 지난해 3월28일 국립수목원이 운영하는 국가표준식물목록(www.nature.go.kr/kpni/)에서 ‘민들레’라는 이름이 사라졌습니다. 이 사이트는 환경부가 운영하는 ‘국가생물다양성 정보공유체계’와 함께 학자들은 물론 식물 애호가들도 기준으로 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물목록입니다. 그동안 토종 민들레에 ‘Taraxacum platycarpum’라는 학명을 써왔는데, 이 종은 일본 고유종으로 우리나라에는 자생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답니다. 대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민들레로 동정해..

꽃이야기 2023.12.29

노벨상 시상식에 매년 수만 송이 꽃 보내는 도시

매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과 연회장은 수만 송이의 꽃으로 꾸며집니다. 이 꽃은 이탈리아의 한 도시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바로 이탈리아 북서부 지중해 연안의 휴양도시 산레모(San Remo)입니다. ^^ 산레모는 어떤 인연으로 매년 노벨상 시상식에 꽃을 보내는 걸까요? 다이너마이트로 번 돈으로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은 1891년부터 5년간 산레모에서 말년을 보내다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그가 머물던 별장(노벨 빌라)은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이 인연이 100년 이상 노벨상과 산레모를 연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노벨은 열아홉 살 때 프랑스 유학도중 한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졌는데 불행하게도 그녀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그 상처로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다 산레모에서..

꽃이야기 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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