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꽃맹탈출 39

물오리나무, 산에서 자주 보는 친숙한 나무

어제 한글날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북한산에 갔더니 물오리나무가 정말 자주 보였다. 구기동 코스 입구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하더니 계곡을 건널 때마다 보였고 비봉 근처 능선에서도 보였다. 하산길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하산길 끄트머리에서는 오리나무까지 보았다. 역시 오리나무 종류는 자주 보는 친숙한 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물오리나무는 산에서 소나무나 참나무 다음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중 하나다. 우선 잎이 거의 동그란 원형에 가까워 금방 식별이 가능하다. 넓은 달걀형인데, 가장자리가 5~8개로 비교적 얕게 갈라지고 그 갈라진 가장자리에 또 얕게 갈라지는 겹톱니를 갖고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친숙한 나뭇잎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초봄(3월 말 ~ 4월 중순)에 물오리나무는 갈색이 도는 수..

꽃이야기 2020.10.10

잡초 명아주의 놀라운 변신, 장수지팡이 청려장 이렇게 생겼다

노인의 날을 맞아 올해 100세를 맞은 어르신 1762명을 대표해 김상구·엄명순 어르신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며 청려장(장수지팡이)을 증정했다. 보건복지부는 25일 낸 보도자료 내용이다. 여기서 ‘청려장(靑藜杖)’은 명아주라는 풀로 만든 가볍고 단단한 지팡이다. 통일신라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나라에서 70세 또는 80세를 맞은 노인에게 청려장을 내리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장수 시대라 100세를 맞은 노인에게 증정하는 것이다. 명아주는 공터 등 어디에나 흔하디 흔한 잡초의 하나('어디든 잡초, 그 놀라운 생명력' 참조)다. 줄기 가운데 달리는 어린잎에 붉은빛이나 흰빛이 있는 특징이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봄에 어린 명아주를 보면 저렇게 작은 것이 어떻게 지팡이를 만들 수 있게 자라는..

꽃이야기 2020.09.26

도도한 물봉선, 패션 감각도 남달라

야생화 공부를 시작한 후 가장 많이 찍은 야생화 10개를 꼽는다면 아마 물봉선이 들어갈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산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고, 또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 수 없을만큼 매혹적인 꽃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 남한산성에서 물봉선이 첫 꽃망울을 터트린 것을 보았다. 물봉선이 피면 소개하려고 기다렸기 때문에 보자마자 이 글을 쓰는 것이다. ^^ 물봉선은 봉선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화단에 피는 봉선화가 어릴 때 손톱 물들인 추억의 꽃이지만 사실은 인도 원산의 외래종이다. 우리 고유의 봉선화가 있는데 바로 우리 산 개울가 등 습지에서 자라는 물봉선이다. 물봉선은 봉선화처럼 줄기에는 불록한 마디가 있고, 홍자색 꽃은 잎술처럼 둘로 나뉘는데 그 사이로 흰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무늬가 있어서 매력을 ..

꽃이야기 2020.08.18

박주가리의 상큼한 꽃향기, 아름다운 비상

아래 사진은 요즘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박주가리입니다. 도심 공터나 담장가, 숲 언저리, 시골 담장 등에서 철망 같은 것을 감고 올라가는 덩굴성 식물, 박주가리를 볼 수 있습니다. 박주가리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꽃향기가 강합니다. 박주가리 꽃 자체도 개성이 있습니다. 분홍색과 연한 보라색 중간쯤인 꽃 색도 그렇고, 종 모양의 작은 꽃송이들이 5갈래로 갈라져 뒤로 젖혀지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꽃잎 안에 털이 가득한 것이 특이합니다. ^^ 여기에다 이 꽃이 매우 강한 향기를 가졌다는 것을 더해야 합니다. 그것도 놀랄 정도로 상큼한 향입니다. 박주가리처럼 공터 등에서 흔하게 피는 꽃에서 어떻게 그런 고급스러운 향기가 나오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 박주가리 꽃이 진 자리에 달리는 열..

꽃이야기 2020.08.12

톡 터지는 달콤한 추억, 까마중이 익어갑니다 ^^

여기저기서 까마중이 익어갑니다. 벌써 따 먹고 싶을 만큼 검게 익은 열매들도 있네요. ^^ 작은 흰색 꽃들이 푸른 잎 사이에서 날렵하게 꽃잎을 뒤로 젖히며 노란 꽃술을 내밀고 있고, 한쪽에서는 초록색 열매가 검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잘 익은 까만 열매는 흑진주처럼 생겼고, 군침이 절로 돌게 합니다. 까마중은 어린 시절 허기가 질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먹을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집 뒤꼍이나 길가에 흔했던 까마중은 여름 내내 까만 열매를 달고 있었고, 입 안에서 톡 터지며 그런대로 달콤한 맛이 나는 게 먹을 만했습니다.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른데 우리 동네에서는 '먹때왈'이라고 불렀습니다. 산딸기를 '때왈'이라고 했는데 '먹때왈'은 검은 딸기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애들이 어려서 고향집에 갔을 때 ..

꽃이야기 2020.08.11

풍접초·족두리꽃·거미꽃, 가장 좋은 이름은?

아래 사진은 비에 젖은 풍접초입니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이유는 벌이나 나비 등을 불러들여 수정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날이면 날마다 비가 오니 꽃들이 제대로 수정을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풍접초는 요즘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대 아메리카 원산 원예종입니다. 8~9월에 흰색 또는 홍자색으로 피는 꽃이 참 예쁘죠. 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 이 꽃을 보고 있으면 왜 풍접초(風蝶草)라 부르는지 알 수 있습니다. 꼭 나비가 날개짓하는 것 같습니다. ^^ 위 사진 위쪽을 보면 아직 피지 않은 풍접초 꽃망울이 보이는데, 꽃잎이 꽃술을 감싸고 있는 가운데 꽃술 일부가 삐죽 나와있는 모습이 참 신기합니다. 꽃잎 하나하나를 보면 가는 꽃줄기가 2㎝ 정도로 길고, 그 위에 좁은 달걀 모양 꽃잎이 달려 있습니..

꽃이야기 2020.08.10

왜 며느리밑씻개라고 했을까?

요즘 밭가나 산기슭, 하천 부근에 많은 위 식물 보셨는지요? 이름이 며느리밑씻개입니다. 식물 이름은 우리 고유어의 보고(寶庫)라 할 정도로 예쁜 이름이 많지만 듣기도 부르기도 민망한 이름도 있습니다. 며느리밑씻개도 그중 하나입니다. 별사탕같이 생긴 옅은 분홍색 꽃이 예쁘지만, 줄기에는 사나운 가시가 수없이 돋아난 식물입니다. 이 식물에는 시어머니의 며느리 구박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종이가 귀하던 시절, 며느리를 못마땅하게 여긴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볼일 본 후 쓰라고 며느리밑씻개를 던져 주었다는 것입니다. 며느리밑씻개 가시는 정말 험악하게 생겼습니다. 며느리가 얼마나 미웠으면 이런 식물을 밑씻개로 쓰라고 던져 주었을까요? 이야기도 그렇지만 이름도 듣기 거북하죠. ㅠㅠ 며느리밑씻개는 1930년대 우..

꽃이야기 2020.08.02

숲속의 후크선장 파리풀과 짚신나물

갈고리를 든 사람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갈고리꾼’이 떠올라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나오지 않습니다. ㅠㅠ 그래서 떠올린 사람이 후크선장입니다. ^^ 오늘은 숲 속에서 후크선장처럼 갈고리를 끼고 있는 두 식물, 파리풀과 짚신나물 이야기입니다. 파리풀과 짚신나물은 어느 산에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입니다. 한여름에 피니 요즘 한창입니다. 하도 흔해서 야생화 고수들은 대개 그냥 지나치는 꽃이기도 합니다. ^^ 둘의 공통점이 더 있는데 열매에 갈고리를 달고 있다가 지나가는 물체가 있으면 달라붙어 멀리 퍼지는 전략을 쓴다는 점입니다. 먼저 파리풀은 7∼9월에 연한 자주색 꽃이 핍니다. 꽃이 작아서 주목하지 못하고 지나치기 쉬운 꽃입니다. 자세히 보면 화관은 입술을 벌린 모양인데, 윗입술은 얕게 2개로, 아..

꽃이야기 2020.07.31

정말 '툭' 달맞이꽃 피는 소리가 날까?

박완서 소설에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라는 문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실제로 달맞이꽃 피는 소리가 나는지 확인해본 적이 있습니다. ^^ 박완서 단편 「티타임의 모녀」는 최고의 대학에다 부잣집 아들 출신인 운동권 남편과 사는 여공 출신 아내의 소외감과 불안을 다룬 소설입니다. 아들을 낳아 서울 변두리 3층집 옥탑방에 살 때가 가장 행복했는데, 그 옥상엔 집주인이 심어놓은 여러 꽃 중에 달맞이꽃도 있었습니다. 이 옥상에서 남편이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를 들으려고 귀 기울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직 진짜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식물책에도 나오지 않는 사실이라 달맞이꽃 피는 밤에 몇 번 확인해보려고 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꽃잎이 벌어질 때 소리가 나는 것 같기..

꽃이야기 2020.07.28

보라빛 맥문동 꽃잔치 ^^

제가 자주 걷는 경의선 숲길은 요즘 여기저기서 맥문동 꽃잔치가 한창입니다. ^^ 이즈음 화단이나 나무 밑 그늘 등에서 보라색 꽃줄기가 올라온 무리가 있으면 맥문동일 겁니다. 조경 소재로 많이 쓰기 때문에 산 같은 자생지는 물론 도심 한 복판이나 건물 화단에서도 맥문동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 맥문동을 많이 심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꽃도 아름답지만 상록이기 때문입니다. 맥문동은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합니다. 꽃이 지면 둥근 콩 모양의 열매가 녹색에서 윤이 나는 검은색으로 익는데, 이 열매도 겨우내 달려 있습니다. 둘째, 대부분의 식물이 그늘에서는 맥을 못 추지만 맥문동은 그늘에서도 잘 자랍니다. 특히 소나무 아래는 타감작용(생물체가 생화학적 물질을 분비해 주변 다른 생물체의 발..

꽃이야기 2020.07.2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