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인천수목원 27

‘혼불’, 비노리 같이 하찮은 사람들 이야기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은 작가가 17년에 걸쳐 10권으로 완성한 대하소설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36~1943년 무너져가는 종가(宗家)를 지키는 종부 3대(청암부인-율촌댁-허효원)의 갈등관계, 이 종가의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상민마을 '거멍굴' 사람들의 삶을 그린 소설입니다. ^^ ‘혼불’에는 여뀌라는 식물이 자주 등장합니다. ‘강실이에게는 그 목소리조차 아득하게 들렸다. 그러면서 등을 찌르던 명아주 여뀌 꽃대 부러지는 소리가 아우성처럼 귀에 찔려왔다’와 같은 식입니다. ‘여뀌 꽃대 부러지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나오는거죠. ^^ 사촌 관계인 강실이와 강모의 애증관계는 이 소설의 기본 뼈대 중 하나인데, 강모가 연모하던 강실이를 범하는 장소가 하필 명아주 여뀌가 무성한 텃밭이어서 강실이가 이 장면을 회상..

책이야기 2023.07.06

사시나무 떨듯 떠는 사시나무 보세요 ^^

사시나무 떨 듯 떤다는 말이 있습니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요? ^^ 지난 주말 인천수목원에 가서 사시나무 잎들이 일제히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습니다. 사시나무 잎은 정말 잔바람만 불어도 잘 흔들렸습니다. 흔들린다는 표현보다 일제히 펄럭인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사시나무 떨듯 떠는 사시나무 보세요 ^^ 사시나무는 버드나무과 나무로, 경기도와 강원도 이북의 백두대간을 따라 자랍니다. 극동러시아, 중국, 일본에서도 자란다고 합니다. 저는 수목원에서 편하게 보았지만 비교적 보기가 쉽지 않은 나무라고 합니다. ^^ 사시나무 잎은 부채 모양인데, 잎의 크기에 비해 잎자루가 길고 아주 가늘었습니다. 잎의 길이가 2~6cm인데 잎자루 길이는 1~5cm(국가 생물다양성 정보..

나무이야기 2023.07.04

개암·물개암·참개암, 개암나무 3형제 다 모였습니다 ^^

요즘 산에 가면 개암나무 3형제들이 한창 커가고 있습니다. 개암나무 열매는 전래동화에도 나오고 헤이즐넛 커피 향 원료로 쓰이는 등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많은 열매입니다. ^^ 아래 사진처럼 개암나무 열매는 열매를 감싸는 포가 짧아서 열매가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산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개암나무 3형제 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개암나무의 열매, 즉 개암은 가을에 아이들의 요긴한 간식거리였다고 합니다. 고소한 맛이 나는 것이 그런대로 먹을만했다는 것입니다. ^^ 개암을 깨물어 깰 때 ‘딱’ 소리가 나기 때문에 ‘개암 깨무는 소리에 도깨비가 도망갔다’는 전래동화도 나온 것 같습니다. ㅎ 개암은 영어로 헤이즐넛(Hazelnut)입니다. ‘헤이즐넛 커피’ 할 때 그 헤이즐넷..

나무이야기 2023.07.02

연노랑 삼지닥나무 꽃 새봄을 알리다 ^^

지금 남녘에 가면 삼지닥나무 꽃이 한창입니다. 아래 사진은 지난주 제주도 한라수목원에서 담은 것입니다. 요즘 세종시에서도 삼지닥나무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오고 있더군요. ^^ 삼지닥나무 꽃은 작고 긴 나팔같은 꽃송이들이 우산살처럼 둥글게 모여 달립니다. 이런 꽃차례가 가지마다 가득 달리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 흔히 복수초, 풍년화 등과 피는 시기가 비슷해서 이 꽃들을 볼 때 같이 볼 수 있는 꽃입니다. 삼지닥나무 꽃은 정말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노란색 꽃이 모여 핀 모습을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 그래서 이 꽃이 피면 주변이 노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독특한 색깔로 환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삼지닥나무는 팥꽃나무과 낙엽활엽관목인데, 삼지(三支)라는 이름처럼, 줄기가 3가지..

나무이야기 2023.03.10

‘꽃멍’하기 좋은 곳 베스트7

‘꽃멍’은 꽃을 멍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 물멍, 불멍 등에 이어 나온 말입니다. 이 꽃멍이 주는 힐링 효과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그럼 서울과 인근에서 꽃멍하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요? ^^ 자신만만하게 글을 시작했지만 사실 걱정도 듭니다. 꽃멍이라는 것이 꽃과 함께 분위기가 중요한 요소일텐데, 그건 개인별로 상당히 다르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시작한 김에, 그래도 꽃에 20년 관심을 갖고 살아온 사람으로 관찰한, 꽃멍하기 좋겠다는 곳을 소개하겠습니다. ^^ 꽃멍하기 좋은 곳은 일단 꽃이 많고 번잡하지 않아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벤치 등 쉴 공간이 충분히 있어야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런 조건들을 충족하는 곳으로 홍릉수목원(홍릉숲), 광릉 국립수목원, 서울대공원, 서울숲, 남산, 경의선..

꽃이야기 2022.06.30

딱총나무를 ‘숲속의 잡초’라고 하는 이유

요즘 산길에서 붉고 선명한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딱총나무입니다. ^^ 산에 가면 비교적 흔히 볼 수 있고 공원이나 화단에 심은 것도 보이고, 공터 같은 곳에서 자연적으로 자라기도 합니다. 요즘 붉은 열매를 달고 있어서 그런지 유난히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한번 보이기 시작했을 때 잘 살펴보면 주변에 딱총나무가 여기저기 더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반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잡초처럼 잘 자란다고 딱총나무를 ‘숲 속의 잡초’라고 부른답니다. ^^ 서울 청계천을 지나다 보면 군데군데 이 나무를 심어놓은 걸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딱총나무는 어느 곳에서도 잘 자라며 때에 맞추어 잎이 나고 꽃을 피우고 붉은 열매를 맺습니다. 열..

나무이야기 2022.06.25

유카·실유카·용설란·알로에, 비슷한 점과 다른 점

지난 주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강남고속터미널 쪽으로 오는 길에 실유카 꽃이 만발한 것을 보았습니다. 실유카를 본 김에 비슷하게 생긴 유카, 용설란에다 알로에까지 소개합니다. ^^ 먼저 유카(Yucca gloriosa L.)를 소개해야겠습니다. 유카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입니다. 꽃이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피는데 높이 1m 안팎의 꽃대에, 노란빛을 띤 흰색 꽃이 많이 달립니다. 꽃은 밑을 향하여 반쯤 벌어지고, 화피는 6개이며 두껍습니다. ^^ 실유카(Yucca filamentosa L.)는 유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키가 높게 자라지 않고 잎 가장자리가 실처럼 가늘게 갈라지는 점이 유카와 다릅니다. 유카는 잎에서 실처럼 생긴 것이 나오지 않습니다. 참 쉽죠? 잎 가장자리에서 실이 나오면 실유카, 안나..

꽃이야기 2022.06.19

풍년화는 피었지만, 인천상륙작전 미루는 초봄 꽃들

어제 인천수목원에 가서 깜짝 놀랐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초봄 꽃들이 거의 다 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입춘(2월4일) 이후에도 눈이 많이 오고 상당한 강추위가 이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래도 서둘러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한 꽃들과 아직도 주저하는 꽃들을 소개하겠습니다. ^^ 그래도 복수초는 피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맘때는 거의 만개해 골라서 담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대부분이 아직 꽃망울 상태더군요. 2~3개 정도만 노란 꽃잎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찾아보니 지난해 2월27일 인천수목원에 갔더군요. ^^ 그때는 풍년화가 만개해서 제가 ‘구역 전체가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대단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노란색, 붉은색 풍년화..

꽃이야기 2022.02.27

물박달·백송·배롱나무, 인천수목원 수피 경연대회 참관기 ^^

지난 주말 들른 인천수목원에서 붉은 열매와 함께 볼만한 것은 수피(나무껍질)였습니다. 요즘은 나무들은 대부분 잎을 떨구어 어느 때보다 수피가 돋보이는 때입니다. 다양한 나무들이 있는 인천수목원은 마치 나무들의 수피 경연대회장 같았습니다. 제가 전하는 수피를 보고 채점 한번 해보세요. ^^ 가장 인상적인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물박달나무 수피였습니다. 숲에서 회색 나무껍질이 너덜거리는 나무가 보이면 물박달나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얇은 조각으로 불규칙하게 벗겨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박달나무도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박달나무는 흑회색 반질거리는 수피를 갖고 있습니다. 과일 ‘모과’는 울퉁불퉁 못생긴 것이 특징입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속담까지 있습니다. 그러나..

나무이야기 2021.12.03

찔레꽃·산수유·동청목, 인천수목원에서 만난 붉은 열매들

지난 주말 들른 인천수목원에는 붉은 열매들이 가득했습니다. 우리 주변에 흔한 찔레꽃, 산수유, 덜꿩나무, 가막살나무와 함께 비교적 보기 드문 말오줌때와 동청목 붉은 열매도 있었습니다. ^^ 일부는 이미 떨어지거나 매말라 아쉬움을 주더군요. 찔레꽃 열매는 아직 싱싱했습니다. ^^ 새들이 언제 먹을까 군침을 흘릴 것 같습니다. 요즘 산기슭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매이니 한번 찾아보세요. ^^ 어릴적 배고프면 이 열매를 따먹은 추억이 있습니다. 산수유 열매도 굳이 설명이 필요없겠지요? ^^ 층층나무과 나무로 중국 원산입니다. 초봄에는 비슷하게 노란 꽃이 피어 생강나무와 헷갈리는데 이렇게 열매가 달리면 헷갈릴 일이 없습니다. 인천수목원 산수유는 품종이 좋은지 특히 열매가 굵은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덜..

나무이야기 2021.12.0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