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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 헛꽃이 수정 후 뒤집어지는 이유

요즘 산수국이 제철입니다. 한여름 산속에서 만나는 청보랏빛 산수국은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산에서 자라지만 요즘엔 공원이나 화단에도 심어놓은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산수국 꽃은 특이한 구조를 가졌습니다. 가장자리엔 빙 둘러 무성화(헛꽃)가 있고, 안쪽에 수술과 암술을 갖춘 자잘한 유성화가 피어 있습니다. 가장자리 꽃은 화려한 외양으로 곤충 시선을 끌어 유인하는 역할을, 가운데 꽃은 소박하지만 실제 결실을 맺는 역할을 분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전체가 화려한 꽃을 피우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 있겠지요. ^^ 식물을 공부하다 보면 여러 책에 가장자리 꽃도 암술과 수술을 갖춘 것은 탐라산수국이고, 그냥 산수국은 가장자리 꽃이 무성화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장자리 꽃에도 꽃술이 달..

꽃이야기 2020.07.04

메타세쿼이아와 낙우송, 나란히 심은 이유

아래 사진은 메타세쿼이아와 낙우송을 나란히 심어 놓은 것을 담았습니다. 어느 쪽이 메타세쿼이아, 낙우송인지 구분할 수 있겠는지요? 아주 고수가 아니라면, 두 나무가 비슷하게 생겨 쉽지 않을 겁니다. 왼쪽이 낙우송, 오른쪽이 메타세쿼이아입니다. ^^ 위 사진은 서울역 고가를 정원으로 개조한 서울로 중에서 남대문시장 근처입니다. 이처럼 두 나무를 나란히 심어놓은 곳이 많은데, 포천 국립수목원 입구에도 두 나무를 같이 심어 놓았습니다. 그만큼 두 나무를 비교해보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겠지요. 메타세쿼이아는 백악기에 공룡과 함께 살았던 나무라는데, 빙하기를 거치면서 멸종된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석 상태로만 발견되다가 1946년 한 나무학자가 중국 양쯔강 상류에서 실존하는 나무를 확인합니다. 이후 이 ..

꽃이야기 2020.07.03

딱총나무, 꺾으면 ‘딱’하고 ‘총’소리?

딱총나무라고 들어보았는지요? ^^ 요즘 붉고 선명한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서 눈에 잘 띄는 나무입니다. 산에 가면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데 공원이나 화단에 심기도 하고, 공터 같은 곳에서 자연적으로 자라기도 합니다. 서울 청계천을 지나다보면 군데군데 이 나무를 심어놓은 걸 볼 수 있습니다. 딱총나무는 인동과에 속하는 작은키나무입니다. 꽃은 5월에 피지만 그렇게 주목 받지는 못합니다. 초봄에 보라색 꽃봉오리가 올라온 다음 점차 연노란색 꽃차례가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고 세로로 길게 갈라져 있습니다. 딱총나무가 주목을 받는 것은 요즘처럼 열매가 붉어진 다음입니다. 초여름부터 익기 시작해 오래 달립니다. 열매의 맛은 쓴 편이지만 새들에게는 좋은 먹이라고 합니다. 딱총나무라는..

꽃이야기 2020.07.02

이팝·회화·메타, 사림파 가로수의 한양 진출 ^^

오늘은 이팝나무, 회화나무, 메타세쿼이아를 중심으로 한 서울 시내 가로수 이야기입니다. ^^ 서울 가로수는 은행나무(35.8%)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21.1%), 느티나무(11.7%), 왕벚나무(9.2%)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이팝나무, 회화나무, 메타세쿼이아가 2~5%씩을 차지(2018년 현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7대 가로수'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서울 가로수는 플라타너스였습니다. 창경궁 주변 플라타너스는 일제강점기부터 서울의 영욕을 지켜보았습니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플라타너스”로 시작하는 김현승 시인의 시 ‘플라타너스’는 1953년에 나온 것입니다. 1980년대 초만해도 양버즘나무가 서울 가로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답니다. 플라타너..

꽃이야기 2020.07.01

진주알같이 예쁜 쉬땅나무 꽃망울

오늘 소개할 꽃나무는 이름이 좀 특이하다. 쉬땅나무... 요즘 한창 하얀 꽃을 피우는 나무다. 아래 사진을 보면 본 적이 있다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서울 시내나 주변 산을 생태공원화하면서 산기슭에도 많이 심어 놓았고, 공원이나 길가에 생울타리로 심기도 했다. 원래는 중부 이북 높은 산 능선이나 계곡 등 백두대간에서 자라는 나무였다. 그런데 꽃이 예뻐 관상수로 개발하면서 요즘은 서울 시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나무 중 하나다. 서울역 고가를 개조한 '서울로7017'에도 한 무리의 쉬땅나무를 심어 놓았다. 잎은 깃털 모양으로 나란히 달렸다. 초여름에 수백 개의 작은 흰 꽃이 모여 큰 원추 모양 꽃차례를 만든다. 쉬땅나무가 가장 예쁠 때는 꽃이 피기 직전, 꽃망울이 맺혔을 때 아닌가 싶다...

꽃이야기 2020.06.30

진분홍→미색, 자귀나무꽃의 싱그러운 그라데이션

‘자귀나무 꽃이 피면 한번 소개해야지’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남양주 천마산 가는 길에 이미 자귀나무꽃이 활짝 피어 있고 일부는 시들기까지 한 것을 보았다. ‘아차!’ 싶었다. 요즘 전국 산이나 공원에서 마치 공작새가 연분홍색 날개를 펼친 듯한 화사한 꽃을 볼 수 있다. 길이 3㎝ 정도의 붉은 명주실을 부채처럼 펼쳐 놓은 모양 같기도 하다. 자귀나무다. 명주실처럼 가늘게 생긴 것은 자귀나무 수꽃의 수술이다. 이 수술이 25개 정도 모여 부채처럼 퍼져 있고, 각각의 끝에는 작은 구슬만한 것이 보일 듯 말 듯 달려 있다. 암꽃은 수꽃들 사이에서 피지 않는 꽃봉오리처럼 망울들을 맺고 있다. 자귀나무는 어린시절 고향 야산이나 마을 입구 또는 집 마당에서 흔히 보아서 친근감을 주는 나무다. 꽃이 피면 엷게..

꽃이야기 2020.06.29

'서울 화양연화'라는 예쁜 책 이름풀이 ^^

이 책은 한국 소설이나 영화·미술 속 꽃 이야기 40여 편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책 제목이 『서울 화양연화』(목수책방)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이 책에 나오는 꽃들은 대부분 서울과 근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들입니다. 오대산 금강초롱꽃, 내장산 겨우살이도 있지만 청계천 조팝나무꽃, 성공회성당 과꽃, 경복궁 팽나무, 광화문 벌개미취, 북한산 처녀치마 등 서울 꽃이야기가 많습니다. 서울을 벗어나도 멀리 가지 못하고 천마산, 남한산성, 화야산, 화악산, 국립수목원 등 근교를 많이 다녔습니다. 그래서 제목에 ‘서울’이 들어갔습니다. ^^ 이른 봄 서울 길상사에서 만개한 영춘화를 보았을 때, 북한산 청수동암문 근처에서 야생의 처녀치마를 처음 보았을 때, 막 오픈한 서울로에서 함박꽃나무를 보았..

책이야기 2020.06.27

보리수, 인도보리수, 슈베르트 보리수?

앞글에서 얘기한 보리수나무와 뜰보리수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흔히 ‘보리수’라고 부르는 나무가 더 있다. 부처님이 그 아래에서 성불했다는 보리수, 독일 가곡에 나오는 보리수가 그것이다. 먼저 불교에서 보리수는 뽕나무과의 상록활엽수로, ‘인도보리수’라고 부른다. 고무나무같이 잎이 두껍고 넓으며 인도처럼 더운 지방에서 자라는 열대성 나무로, 30~40미터까지 자라는 큰 나무다. 중국을 거쳐 불교가 들어올 때 ‘깨달음의 지혜’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보디(Bodhi)’를 음역한 ‘보리’에 나무 수(樹) 자가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월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립수목원, 금강수목원, 서울식물원 등 몇 군데 온실에서나 볼 수 있다. 베트남 같은 아열대 국가 절에 가면 이 나무를 많이 심어놓은 ..

꽃이야기 2020.06.26

뜰보리수는 요즘, 보리수는 가을에 붉은 열매

요즘 아래 사진과 같이 먹음직스러운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나무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공원에 가도 탱글탱글 붉은색 열매를 잔뜩 단 나무들을 볼 수 있다. ‘보리수나무’라는 표식이 있지만 정확히는 뜰보리수 열매다. 토종인 보리수나무와 일본 원산인 뜰보리수를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다. 보리수나무는 야생이라 주로 산에서 볼 수 있고, 뜰보리수는 공원이나 화단 등 민가 주변에 많이 심어놓았다. 그러니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뜰보리수가 대부분이다. 보리수나무는 5~6월에 꽃이 피고 열매는 가을인 9~10월에 익는다. 반면 뜰보리수는 4~5월에 꽃이 피고 초여름인 6~7월 붉은 열매가 달린다. 요즘 열매가 달려 있는 것은 뜰보리수인 셈이다. 보리수나무 열매는 팥알만 하지만 뜰보리수 ..

꽃이야기 2020.06.25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한길사)

박완서 소설을 읽으며 ‘유난히 꽃이 많이 나오네’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요. ^^ 이 책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한길사)는 제목 그대로, 꽃 관점에서 박완서 소설을 읽고 쓴 것입니다. 예를들어 박완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는 제목부터 싱아가 나오는데, 어떤 대목에서 싱아가 나오는지, 싱아가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싱아는 어떤 식물인지, 싱아를 어디 가면 볼 수 있는지 등을 전하고 있습니다. 박완서 소설엔 꽃이 많이 나올뿐 아니라 꽃에 대한 묘사, 꽃을 주인공 성격이나 감정에 이입(移入)하는 방식도 탁월합니다. 능소화를 ‘분홍빛 혀’, ‘장작더미에서 타오르는 불꽃’에 비유한 『아주 오래된 농담』, 버스 차장을 목표로 상경한 순박한 시골 처녀가 처음 이성에 느낀 떨림을 박태기꽃..

책이야기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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