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작가 박완서는 생전인 2002년 한 독자모임과 만남에서 “무슨 꽃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분꽃이라고 했다. 그 많은 꽃 중에서 왜 분꽃을 가장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작가의 산문집 『두부』를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작가는 구리 노란집으로 이사한 해 늦은봄, 심지도 않았는데 분꽃이 여봐란 듯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반가워했다. 그러면서 “내 아득한 유년기로부터 나를 따라다니다가 이제야 겨우 현신(現身)할 자리를 얻은 것처럼 느껴져 반갑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다”며 “오랜 세월 잊고 지냈지만 분꽃은 나하고 가장 친하던 내 유년의 꽃”이라고 했다. 요즘 서울 주택가 등을 지나다보면 붉은색·노란색·분홍색·흰색 등 다양한 색의 분꽃을 화단이나 화분, 담장가에 심어..